가동 중단 고리 2호기 저장조 첫 공개 수조에 가득한 푸른 빛 붕산 섞은 물 핵연료 온도 낮추고 방사선 막아 고리원전 모든 저장조 2032년 포화
12일 언론에 처음 공개된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저장조 모습. 방사선을 막기 위해 붕산이 섞인 물이 7m 깊이로 채워져 있다. 그 밑으로 격자 모양으로 보관된 869다발의 사용후 핵연료가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12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의 저장조. 방사선에 노출되는 걸 최대한 막기 위해 방호 가운을 입고 장갑까지 낀 채로 들어서자 가로 16.7m, 세로 7.9m, 깊이 12.75m의 직사각형 수조가 눈을 가득 채웠다. 물밑으로는 격자 모양으로 선 사용후핵연료들이 보였다. 원자력 발전의 연료로 사용된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다.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가 올 4월 가동이 중단돼 주제어실의 계기판 출력량은 ‘0’으로 표시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저장조에 보관된 핵연료에는 약 3개월 전 가동을 멈추면서 빼낸 것들도 포함돼 있다. 고리 2호기는 올 4월 8일 40년의 운영 허가가 끝나 불가피하게 가동이 중단됐다. 현행법상 중단 없이 계속 운영될 수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운행 연장 절차가 늦어지면서 멈춰섰다. 원전이 다시 돌아가기까진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시민이 약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 고리 2호기에 투입된 핵연료는 총 1678다발이다. 그러나 저장조에는 고리 2호기가 가동 중단 당시 빼낸 121다발을 포함해 총 869다발만 저장돼 있다. 최대 920다발까지만 보관할 수 있는 저장조 용량 한계 때문이다.
고리 2호기가 다시 가동할 수 있게 되더라도 실제 가동을 위해선 추가 저장시설 확보가 필수적이다. 한수원은 부지 안에 임시 저장시설인 건식 저장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 등 고리 원전의 모든 저장조는 2032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고리 2호기의 전력 생산은 중단됐지만 주제어실(MCR)에서는 원전을 관리하는 직원 9명이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원전이 가동될 때와 마찬가지로 5조 3교대로 근무조가 돌아가고 있었다. 고리 2호기 계속 운전을 준비하면서 최신 안전기준에 맞춰 노후 설비를 개선하기 위한 인력들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안전 검증을 토대로 40년 이상 됐더라도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게 경제적, 합리적 대안으로 보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미국은 가동 원전 중 56%에 해당하는 원전이 계속 운전 허가를 통해 40년 넘게 운영되고 있다.
기장=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