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덮친 폭염-폭우 ‘기후 재난’ 美 남서부 16개주에 폭염특보 伊 100년만의 폭우 이어 폭염 6월 지구기온 역대최고 기록
세계 곳곳이 폭염, 폭우 같은 이상기후로 난리다. 유럽에서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독일 동부 풍력발전소 풀밭이 화염에 휩싸였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최고기온이 다음 주 역대 유럽 최고 기온 48.8도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르비히=AP 뉴시스
● 美 “데스밸리 16일 53.3도 예측”
세계 곳곳이 폭염, 폭우 같은 이상기후로 난리다. 14일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에서 한 남성이 수돗물로 머리를 적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열돔(heat dome)에 갇힌 미 남서부 일부 지역에서는 이날 최고기온이 섭씨 50도를 넘겼다. 유마밸리=AP 뉴시스
15일 48도까지 치솟은 미 남서부 애리조나주 주도 피닉스와 주변 지역에는 수천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임시 냉방센터가 들어섰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휴식처가 곳곳에 설치됐다. NWS 라스베이거스 지부는 “일반적인 사막 폭염이 아니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서양 건너편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남부를 중심으로 불볕더위에 신음하고 있다.
올 5월 100년 만의 폭우로 13명이 숨진 이탈리아에 이번에는 폭염이 닥쳤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15, 16일 로마, 볼로냐, 피렌체를 비롯한 16개 도시에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 큰 섬인 사르디니아에는 2021년 8월 시칠리아에서 기록된 48.8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번 주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리스에서는 수도 아테네의 관광지 아크로폴리스가 방문객 보호를 위해 지난 주말 동안 가장 더운 시간에 문을 닫았다. 스페인에선 라팔마섬 산불이 크게 번지면서 약 4500ha 임야가 소실됐고 주민 수천 명이 긴급 대피했다.
● 전례 없는 폭염-폭우 동시에
세계 곳곳이 폭염, 폭우 같은 이상기후로 난리다. 인도 수도 뉴델리는 45년 만의 최악 폭우로 13일 자무나강이 범람해 하류 지역 마을이 물에 잠겼다. 국립재난대응단(NDRF) 소속 요원들이 이재민들에게 구호품을 나눠주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몬순 우기’로 인도에서는 16일 현재 624명이 숨졌다. 뉴델리=AP 뉴시스
전문가들은 올해 폭우와 폭염이 동시에 덮치는 원인 중 하나로 엘니뇨를 지목한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지구 표면 온도가 올라가 폭염 가능성이 높아진다. 덩달아 증발하는 바닷물의 양이 늘어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지는 데다 더운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담을 수 있어 비가 내리는 지역에선 더 많은 비를 뿌리게 된다.
지난달 지구 기온은 이미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우주연구소 지구지표기온분석(GISTEMP) 시스템에 따르면 올 6월 평균기온은 1951∼1980년 당시보다 1.07도 높았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미 해양대기청(NOAA)도 지난달이 ‘역대 가장 더운 6월’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