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생사 갈린 긴박했던 순간 지하도 내부 흙탕물로 가득 차, 일부 배수… 21시간만에 잠수부 투입 폭우에 우회한 버스서 시신 5구 발견… 극적 구조된 사람도 트라우마 호소
“살려주세요!”
충북 지역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던 15일 오전 8시 45분경. 인근 미호천교를 건설 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으로부터 대피 전화를 받고 집을 뛰쳐나오던 김용순 씨(58·여)는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입구로 물이 밀려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 씨의 눈에는 지하차도에서 물에 잠겨 고립된 화물차 위에 올라가 있던 남녀 2명이 보였다. 이들은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 강물 6만 t 2분 만에 들이닥쳐
오송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신고 접수 후 2분 만에 차량 15대가 물에 잠길 정도로 순식간에 발생했다. 기록적 호우로 인근 미호강 제방이 붕괴되면서 6만 t의 물이 급격하게 차 오른 것이다.
15일 첫 침수 신고 15분 전인 오전 8시 30분경,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는 차량 앞에서 흙탕물이 밀려오고 있다. 채널A 캡처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 중 상당수는 차를 돌리지 못해 고립됐고 차를 버리고 빠져나와 터널을 나오려 했지만 지하차도가 685m(터널 구간 436m)나 되는 데다 워낙 급하게 물이 차 올라 대피하지 못했다.
구조작업도 원활하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1분에 3t을 배수할 수 있는 방사포 대용량 시스템을 투입했지만 유입되는 물의 양이 너무 많아 수색 작업에 착수하지 못했다. 소방 관계자는 “지하차도가 사각형 구조여서 에어포켓(산소가 남은 공간)도 없었고 구조대도 들어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내부가 흙탕물로 뒤덮여 잠수부도 투입하지 못했다.
● 폭우로 우회하던 버스에서 시신 5구 발견
오전 8시 40분경, 흙탕물이 지하차도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빨간색 버스는 반 이상 잠긴 모습이다. 충북도 제공
침수 신고가 접수된 지 15분이 지난 오전 9시경, 소방당국이 지하차도에서 간신히 탈출한 시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채널A 제공
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