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미호천 범람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진입도로에서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청주=박형기기자 oneshot@donga.com
폭우가 쏟아지면서 청주 오송 지하차도에 물이 차면서 안타까운 희생자들이 나온 참사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 참사의 원인이 미호천교 공사 현장의 제방 유실 때문이라는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장찬교 청주 오송읍 궁평1리 전 이장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유실된 제방을 비상 상태를 대비해서 제2의, 두 번째 제방을 탄탄하게 만들어 놨으면 저런 사고가, 인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천에서 100m쯤 떨어진 곳에서 다리가 쭉 놓여있는데 여기가 지금 확장 공사 중이었나”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맞다”고 답변하면서 “신축 공사 교량 현장이다. 다리 공사로 인해서 기존에 있던 제방을 유실시켜 다리 공사가 진행됐고 원만히 끝난 상태였다. 그런데 일주일 전부터 기상청도 장마에 대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오전 7시 30분쯤 미호천교 공사 현장에 나갔다던 장 전 이장은 “그 주변에 우리 농장이 있어 장마 대비를 하려고 나가다가 미호천 수위가 궁금해 현장까지 갔다”며 “가서 보니까 06짜리 포클레인 한 대를 가지고 둑을 쌓아서 물을 못 내려오게 공사를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서 보니까 포클레인 한 대 가지고 공사를 하고 있더라. 안일하게 공사가 되는 것 같아 장비를 더 투입시켜서 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듣질 않아서 내가 119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119에 신고한 이유에 대해 그는 “임시 둑이 수위가 올라와서 육안으로는 30㎝ 정도 남았더라. 포클레인이 계속 흙을 떠올려도 그걸 감당하지 못했다”며 “119 대원분이 오셨는데 자기들도 감당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길래 ‘대원님들에게 막아달라는 게 아니라 행정과 관련해 연결해서 빨리 대책을 세워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고 했다.
장 전 이장은 “그렇게 하고 나서 감리단에서 나왔다고 하면서 지금 서 있는 반대쪽에 이미 침수가 돼 장비가 올 수 없다고 하더라. 그러면 다른 곳에 연락해 얼른 오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며 “맞은 편을 보니까 이미 방수포에서 물이 졸졸 흐르더니 금방 ‘툭’하고 물이 쏟아지더라”고 전했다.
지역 주민과 유족들 사이에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고 4시간 전인 15일 오전 4시 10분경 금강홍수통제소가 미호강 범람 가능성을 경고하는 홍수경보를 발령했고, 금강홍수통제소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청주시 흥덕구청과 경찰에 주민 및 교통 통제 등을 요청했지만 침수 직전까지 오송지하차도 진입이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