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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가계빚 증가속도 주요국 1위…“DSR·LTV 문턱 높여야”

입력 | 2023-07-17 18:24:00

(한은 제공)


우리나라의 가계 빚 증가속도가 코로나19 직전 시기와 비교해 주요국 중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계빚 상환 부담은 주요국 2위 수준으로 무겁게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는 3위 수준에 달했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로 주요 17개국 중 호주(14.7%) 다음으로 높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7.6%)과 일본(7.5%)의 2배에 달했으며 이탈리아(4.3%)의 3배를 넘는다.

DSR은 연소득에서 모든 대출금의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높을수록 버는 돈에 비해 빚을 갚는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절대적인 가계 빚 상환 부담만 아니라 증가 속도도 빨랐다.

BIS에 따르면 한국의 DSR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12.2%에서 지난해까지 1.4%포인트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DSR 증가 속도가 분석 대상 17개국 중 1위였다.

반면 핀란드(0.3%포인트), 일본(0.2%포인트), 프랑스(0.1%포인트) 등 우리나라를 포함한 6개국을 빼고 모든 나라에서 2019년 대비 2022년 DSR이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BIS는 주요국의 가계 빚 부담 수준을 같은 기준으로 견주기 위해 DSR 분모에 빚 없는 집의 소득을 포함하고 대출 만기를 18년으로 일괄 적용한다. 이 때문에 DSR 비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도 이날 보고서에서 가계 빚 증가세에 대해 우려를 내비쳤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로 주요 43국 가운데 스위스(128.3%),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했는데, 한국은 달랐다.

지난 2010년 주요 43개국 중 14번째로 높은 수준이었으나 2016~2017년 중 8번째, 2018~20년 중 7번째 순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더니 지난해에는 3위까지 오른 것이다.

우리나라가 한 해 벌어들이는 경제 소득(GDP)보다 가계가 진 빚이 더 많은 상황이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뇌관으로서 불붙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세를 제약하고 자산불평등을 확대시키는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초래하고 있어 거시건전성 정책 과 통화정책 조합을 통해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점진적으로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디레버리징에 성공하려면 중도금·전세대출 등 DSR 예외 대상을 축소하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수준별 차등 금리 적용, 만기일시상환 대출 가산 금리 적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부채 완화를 위한 과정에서 저소득층은 DSR 규제,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인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금융접근성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초장기 정책모기지·소액대출상품을 제공하되 수혜 대상이 과도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