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1~2시간 전부터 지하차도의 범람 위험성을 경고하는 시민들의 112 신고가 최소 2차례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한 국무조정실은 경찰과 지자체를 상대로 해당 지하차도의 교통을 통제하지 않고 1.3km 떨어진 다른 지하차도로 출동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국무조정실은 17일부터 충북 청주시의 충북도청, 청주시청, 흥덕구청과 세종시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등에 감찰 인력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정부 등에 따르면 경찰은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7시 2분경 “미호천교를 공사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신고자로부터 “궁평지하차도를 통제하고 주민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신고를 접수받았다. 경찰은 같은날 오전 7시 58분에도 같은 신고자로부터 또다시 신고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침수 사고가 난 ‘궁평 2지하차도’와는 1.3km 떨어진 ‘궁평 1지하차도’ 인근으로 출동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당시 경찰이 사고 차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출동한 경위를 파악하고, 실제 사고 차도에 대한 점검이나 조치 등이 이뤄진 적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사고는 미호천교 인근 제방이 무너져내려 유입된 물이 지하차도로 흘러들어가면서 발생했다. 정부는 이 제방이 붕괴한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던 행복청이 사고 구간에 부실하게 제방을 설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확인하겠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결과가 나오는대로 징계·고발·수사의뢰·제도개선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했다.
충북경찰청은 실종자 구조작업을 마무리하는대로 88명 규모의 전담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고 예방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찰이 수사를 맡는 것에 대해 “셀프 수사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충북경찰청은 사고 당일 “교통 통제가 필요하다”는 2건의 112신고를 접수했지만, 궁평지하차도가 아닌 인근의 다른 지역에서 통제 조치를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