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최저 1만6000원 공약 지켜 고물가에 2년간 3%씩만 올리기로 노조 “인플레로 사실상 삭감” 반발 “더 올리면 물가 자극” 반론 많아
숄츠 “최저임금 12유로” 2021년 총선때 공약 포스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021년 총선 당시 ‘최저임금 12유로(약 1만6000원)’를 공약했던 포스터. 숄츠 정부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시간당 9.82유로이던 최저임금을 12유로로 22% 인상해 공약을 지켰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이 겹치자 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년과 2025년 인상 폭을 3%로 크게 줄였다. 소셜미디어 캡처
집권 약 10개월 만에 최저임금을 22%나 끌어올리며 총선 공약을 달성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내년과 내후년 최저임금은 3%씩 소폭 올리기로 했다. 독일에선 “물가를 못 따라잡는 최저임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한편 “임금이 더 오르면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 지난해 22% 급등, 올해는 3% 인상
16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독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달 26일 현재 시간당 12유로(약 1만6000원)인 최저임금을 2024년, 2025년 각각 12.41유로(1만7700원)와 12.82유로(1만8200원)로 올리기로 합의한 뒤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독일의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독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로 낮추는 등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고물가가 잡히지 않자 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숄츠 총리는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공약 이행을 위해 정치적으로 최저임금을 12유로로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은 일회적이었고, 이제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 “임금 인상→물가 상승 악순환” 지적도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폭에 비해 내년과 내후년 최저임금 인상폭이 미미하자 독일 정계와 지방자치단체는 최저임금을 추가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10월 시간당 12유로에서 내년 1월 12.41유로로 3% 오르는 데 비해 물가 상승 속도가 훨씬 가파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8.8%에 달했던 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올 6월 6.4%로 여전히 높다.
독일노동조합연맹(DGB)은 최저임금 3% 인상에 그친 이번 결정을 날카롭게 비판했다고 DW가 보도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인 슈테판 쾨르첼 이사는 “시간당 최저임금의 0.41유로 명목 인상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약 600만 명의 최저임금 근로자에게 엄청난 임금 삭감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물가 상승률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릴 경우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임금이 오르면 소비자의 구매력이 높아져 지출을 늘리기 쉬운데, 이는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현상은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시간당 임금은 전년 대비 5.0% 상승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속화되는 임금 상승이 유로존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어 유럽중앙은행(ECB)에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