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시위’로 7개월 활동 중단 “시위 이전 강압적 상태 회귀” 지적
뉴시스
이란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단속하는 이른바 ‘종교 경찰’(지도 순찰대)의 활동이 재개된다. 지난해 9월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며 체포한 20대 여성 의문사로 촉발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 이후 당국이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로는 없애지 않은 것이다. 500명 넘는 시민의 희생으로 겨우 얻은 자유가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영 IRNA통신 등 이란 언론에 따르면 사이드 몬타제르 알마디 경찰청 대변인은 16일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단속하고 지도에 불응하면 처벌하는 활동을 다시 시작하겠다”며 종교 경찰 활동 재개를 밝혔다. 또 히잡을 쓰지 않고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려도 처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지 단속하는 종교 경찰은 무자비한 것으로 악명 높다. 길거리에서 복장이 불량하다며 시민들을 마구잡이로 연행해 구타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들이 타고 다니는 초록색 승합차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9월 ‘히잡 의문사’ 사건 당사자인 쿠르드계 여성 마사 아미니(22)도 종교 경찰에 체포된 후 신문을 받다 시신으로 발견됐다.
하지만 불과 7개월도 지나지 않아 종교 경찰 활동이 부활한 것을 두고 이란 사회가 반정부 시위 이전 강압적 통제 상태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당국은 올 4월 공공장소에 감시 카메라 등을 설치해 히잡 단속을 점점 강화해왔다. 히잡을 쓰지 않은 손님을 받은 식당이나 상점 수백 곳이 영업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슬람 율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이란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음주를 금지하는 이란에서 지난해 불법 제조된 ‘가짜 술’을 마시고 숨진 사람이 전년보다 30% 증가한 644명이라며 “율법이 얼마나 시민을 억압하고 사생활에 개입하는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