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밸브 ‘포브스 아시아 리더’ 선정 1억 개 이상 작물 생육 데이터 수집 베트남에 대규모 스마트팜 조성 박규태 대표 이원준 대표 공동 경영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 어밸브의 박규태(왼쪽), 이원준 공동 대표는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2023년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됐다. 어밸브 제공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하기를 꺼리는 것은 “농사는 고되고 돈을 벌기 힘들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 2명이 있다. 주식회사 어밸브를 운영하는 박규태, 이원준 공동 대표다.
나이도 28세로 동갑인 이들은 “농업도 쉽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탄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어밸브(Avalve)는 ‘단 하나의 밸브’라는 뜻이다. 밸브는 농사에 필수적인 기구다. 회사 이름에서부터 ‘농사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베테랑 농부들은 항상 논밭에 나가 작물 상태를 확인합니다. 병충해가 생기지 않았는지, 잎이 시들지 않았는지, 오늘 일조량은 어떤지 등을 손으로 만져보고 눈으로 관찰합니다. 하지만 농사를 경험하지 못한 초보자들은 이런 판단들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축적된 데이터가 있다면 초보자라도 품질이 우수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습니다. 생산량을 극대화해 높은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작물 생육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어밸브가 설치한 스마트팜.
“생육 데이터는 스마트팜 범용 프레임에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통해 수집합니다. 카메라와 센서는 일일이 작물의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뿌리 줄기 잎 등의 상태를 자동으로 조사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빅데이터는 어밸브가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통합 플랫폼 시스템에 저장 관리되고 표준화돼 다양한 스마트팜 환경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박 대표는 “호환성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어밸브의 소프트웨어는 타사의 스마트팜 하드웨어와 연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스마트팜 제조사의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농가에서 어밸브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버터헤드레터스, 로메인 등 32종의 잎채소, 바질, 로즈메리 등 27종의 허브류, 새싹삼 등 특용작물을 재배해 1억 개 이상의 작물 생육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테스트해본 결과 어밸브의 AI 솔루션을 적용하면 평균적으로 수익성이 20% 이상 향상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어밸브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AI, 작물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다. 기계공학, 컴퓨터과학, 생명과학, 석박사 출신 연구원이 대부분이다. 초기에 3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지금 17명으로 늘었다. 박 대표는 “창업 멤버를 비롯해 지금까지 어밸브에 합류한 직원 중 단 한 명도 퇴사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 있는 어밸브의 스마트팜 컨테이너 외관.
박, 이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친구 사이다. ‘공동 대표 체제니까 혹시 싸울 일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각자 분야가 다르니까 그럴 일은 없다”며 웃었다. 박 대표는 경영 전반, 이 대표는 해외 사업을 담당한다.
최근 이들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혁신을 주도하는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Forbes 30 under 30 Asia 2023)’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예술, 산업 등 10개 분야에서 30명의 주목할 만한 아시아권 리더가 선정됐다. ‘인더스트리, 제조 & 에너지’ 부문에서는 박, 이 대표가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다.
이들은 “어느 날 포브스 측으로부터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한국 AI와 스마트팜 기술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기뻐했다.
이 밖에 어밸브는 농식품부의 ‘A벤처스(제44호)’, 산업통상자원부 등 12개 부처의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펭귄 기업’ 등에 선정되는 등 창업 후 많은 성과를 낳았다.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박, 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농업의 미래를 어둡게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식량이 무기인 시대입니다. 1차 산업인 농업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인 AI 첨단기술을 연결해 농업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실현하겠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