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미호천 범람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진입도로에서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교통 통제만 제때 했어도 피할 수 있었던 참사였다. 그런데 주민 보호 책임이 있는 행정 기관들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관내에서 발생한 최악의 사고에 구청은 시청으로, 시청은 도청으로 책임을 떠넘기며 발뺌하고 있는 것이다.
참사 당일 금강홍수통제소가 흥덕구청에 오송 지하차도 교통 통제가 필요하다고 알린 때가 침수 2시간 10분 전이다. 흥덕구청은 “시청에 알렸다”고 하고, 청주시청은 “도청 관할”이라고 한다. 충북도청은 “불가항력” “부실한 제방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관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치단체로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경찰은 침수 우려 관련 신고를 2회 접수하고도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고 현장에는 출동하지 않았다. 소방서는 제방 붕괴 위험을 신고받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제방은 우리 일 아니다”라며 청주시 등에 상황만 전달하고 떠났다. 수해 상황을 고려한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취소 가능성에 대통령실은 “한국으로 뛰어가도 상황 못 바꾼다”고 했다. 미비한 행정으로 14명이 숨졌는데 어떻게 ‘내 탓이오’ 하는 이가 하나도 없나.
이번 중남부 지방 폭우 피해는 사흘 동안 예년 장마철 한 달간보다도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영향이 컸다. 전 세계적인 기상 이변으로 자연 재해의 강도가 세지고 패턴도 달라지고 있어 적극적이고 유연한 재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공직 사회가 부서 간 칸막이를 쳐놓고 소극적 보신주의와 행정편의주의에 안주하다가는 예보된 날씨에도 행정 실패로 막대한 피해를 입는 ‘관재(官災)’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