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지원 앞장서는 기업들 포스코 육아기 직원 재택근무 허용 모션 남성 직원도 육아휴직 의무화… 롯데 복직 땐 선배가 멘토로 나서 “육아기 직원 다수가 숙련된 인재… 대체보다 업무 공백 최소화 독려”
포스코에 다니는 A 과장은 올해 1월부터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쓰고 있다. 그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아내와 함께 쌍둥이 아들의 기저귀를 갈고 우유를 먹인다. 여섯 살인 첫째를 유치원에 보낸 뒤 오전 7시 50분쯤 노트북을 켜고 업무를 시작한다. 그는 “출산휴가 중인 아내가 아이 셋을 돌보며 너무 힘들어해 육아휴직을 할까 했는데 경제적 타격이 클 것 같아 고민이 됐다”며 “다행히 회사에 이런 제도가 있어 육아를 도우며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하는 엄마, 아빠가 경력 단절 없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저출산 문제 극복에 동참하는 동시에 우수한 인재가 업무 공백 없이 경력을 쌓도록 돕는 것이 회사의 경쟁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출산·육아 지원제도를 선도적으로 운영하는 우수 기업을 소개하는 사례집을 발간했다.
● ‘워킹대디’ 적극 돕는 ‘남초’ 기업들
정보기술(IT) 중소기업인 모션도 직원의 83%가 남성인 기업이다. 이에 육아휴직 의무화, ‘워킹대디’ 소모임 운영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아이 키우는 남성 직원을 지원하고 있다. 모션은 지난해 7월부터 모든 직원이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자녀가 태어나면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3개월까지 최소 6개월 이상 휴직해야 한다. 원하는 직원은 육아휴직을 법에서 정한 기준인 1년보다 더 길게 쓸 수도 있다.
모션은 임신한 여성 직원에게 16주까지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배우자 출산휴가(법정 10일)를 쓰는 남성 직원은 10일의 재택근무를 이어서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가 있는 직원은 매달 4번씩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 육아휴직 후 복귀 적응까지 원스톱 지원도
롯데그룹은 2012년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별도로 신청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육아휴직이 시작되는 ‘자동육아휴직제’를 도입했다. 덕분에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쓰는 문화가 정착됐다. 하지만 휴직 후 복귀하는 직원들의 업무 적응에 대한 걱정은 여전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2014년부터 육아휴직 복직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육아휴직자에게 복직 대비 준비사항, 선배 복직자의 적응 노하우 등이 담긴 매뉴얼 책자를 제공한다. 업무 노하우, 자기 계발 등을 배울 수 있는 20시간짜리 온라인 교육도 있다. 복귀 직전에는 3시간의 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업무 적응과 일·육아 병행 노하우 등을 배우는 기회가 제공된다.
준정부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도 육아휴직 복직자의 업무 적응을 돕는 온라인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2017년 자동육아휴직제를 도입하는 등 육아휴직이 정착된 뒤 복귀 적응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진흥원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과 연계해 육아휴직자에게 매달 1번 사이버 통신교육 과정을 수강할 기회를 준다. 경영, 리더십, 글로벌 비즈니스 등의 직무역량 또는 외국어, 자격증 등의 자기 계발 과정을 수강하며 업무 적응력을 기르도록 돕는 취지다.
김성호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이번에 소개된 우수 기업들의 사례를 참고해 다른 기업도 워킹맘·대디가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일터 여건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