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라스, 윔블던 테니스 우승 빅4가 독점했던 윔블던 왕관 차지 5연패 저지 당한 조코비치 엄지척 “나와 페더러-나달 장점 모두 가져”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17일 영국 런던 인근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23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노바크 조코비치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코트에 누워 포효하고 있다. 이 경기를 앞두고 “(메이저대회에서 23번 우승한) 조코비치에게는 또 하나의 우승을 추가하는 것뿐일 테지만 나에게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 알카라스는 조코비치의 대회 5연패를 저지하고 지난해 US 오픈에 이어 개인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신고했다. 런던=AP 뉴시스
‘백신 접종’은 딱 한 번이면 충분했다. 카를로스 알카라스(20·스페인·세계랭킹 1위)가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2위)를 꺾고 새 ‘윔블던 황제’로 등극했다.
조코비치의 눈물 노바크 조코비치는 윔블던 34연승 행진이 중단되면서 한 해 모든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 기록 도전도 무산됐다. 런던=AP 뉴시스
알카라스는 38일 전인 지난달 9일 프랑스 오픈 4강에서 조코비치와 메이저대회 첫 맞대결을 벌여 1-3으로 패했다. 알카라스는 당시 전신 경련에 시달리면서 3, 4세트를 모두 1-6으로 내줬다. 알카라스는 “그렇게 긴장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알카라스는 이날도 34분 만에 1세트를 1-6으로 내줘 그날의 악몽이 재연되는 듯했다.
경기 장소도 알카라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조코비치가 센터코트 최다 연승 기록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2013년 대회 결승에서 앤디 머리(36·영국·40위)에게 패한 뒤 이 코트에서 45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알카라스는 “10년 동안 여기서 진 적이 없는 선수를 이겼다는 게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조코비치를 이기는 걸 보고 젊은 세대 선수들도 자신들도 할 수 있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2·스위스·은퇴)가 2003년 윔블던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로 지난해까지 이 대회 남자 단식 챔피언은 늘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리 등 남자 테니스 ‘빅4’가 차지했다. 2003년 결승전 당시 알카라스는 태어난 지 62일밖에 되지 않은 갓난아이였다. 게다가 알카라스는 지난해까지 윔블던 같은 잔디 코트 대회에서 총 6경기(4승 2패)를 치른 경험밖에 없었던 선수다. 반면 조코비치는 남자프로테니스(ATP) 역사상 페더러(86.9%) 다음으로 높은 잔디 코트 통산 승률(85.8%)을 기록 중인 선수였다.
잔디 코트에서 알카라스를 처음 상대한 조코비치는 “알카라스를 클레이, 하드 코트에서 만날 때만 까다로울 뿐 잔디 코트에서는 별로 어렵지 않을 줄 알았다”고 농담을 건넨 뒤 “적응력이 정말 엄청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계속해 “알카라스는 페더러, 나달 그리고 내 장점을 모두 합쳐 놓은 선수다. 빼어난 정신력과 놀라운 수비는 나달을 닮았다. 날카로운 백핸드 슬라이스는 나와 비슷한 점이 있다. 양손 백핸드는 내 오랜 강점이었는데 알카라스도 이 무기가 있다”며 “이런 선수는 본 적이 없다. 나달, 페더러도 단점이 있는데 알카라스는 완벽하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알카라스는 “조코비치가 그렇게 말했다니 놀랍다. 그래도 조코비치의 말이니 아마 맞을 것”이라며 웃은 뒤 “다만 나는 그저 온전한 알카라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마드리드 오픈에서 조코비치를 2-1로 꺾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알카라스는 맞대결 전적에서 조코비치에게 2승 1패로 앞서게 됐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