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생명 지키는 M-Tech]〈11〉 음주측정기 정확도 비교 남녀 기자가 직접 음주후 테스트 시중 판매 3개 모두 수치 부정확 “측정기만 믿고 운전땐 큰코다쳐”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경찰서 교통안전계에서 본보 전혜진 기자가 경찰의 지도에 따라 실제 음주운전 단속에 사용되는 음주측정기를 불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더, 더, 더!”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경찰서 교통안전계. 담당 경찰 목소리에 따라 숨을 불어넣던 기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어 음주측정기 화면의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경찰은 약 10초 뒤 최종 수치를 확인하더니 “0.031%로 면허정지 수치”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검경 합동 음주운전 근절 대책’이 시행되는 등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되면서 운전자 사이에선 개인이 온라인 등에서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음주측정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음주량과 몸무게를 직접 휴대전화에 입력해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있다. 하지만 휴대용 음주측정기와 앱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경찰은 ‘면허정지’, 휴대용은 ‘훈방조치’
본보는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1만 원 이하의 A 측정기, 건전지형인 2만 원대 B 측정기,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는 10만 원대 C 측정기를 구입해 성능을 실험했다.
실험에 참여한 남녀 기자는 체격과 평소 주량을 감안해 각각 소주 1병과 500mL맥주 1캔(남성), 소주 반병과 500mL맥주 1캔(여성)을 마셨다.
음주 후 1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남성 기자가 스마트폰에 연결된 A 측정기에 입을 가져다 대고 약 10초간 숨을 불어넣었다. 측정기 화면에 표시된 수치는 0.02%였다. 건전지를 넣어 손에 들고 측정하는 B 측정기를 사용했을 때는 0.019%가 나왔다. 이를 보던 경찰은 “정말 소주 1병 이상 마신 게 맞느냐. 이 정도면 훈방 조치 수준”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경찰이 사용하는 측정기에서 0.028%로 아슬아슬하게 단속 기준을 밑돌았던 여성 기자도 휴대용 측정기에선 0.011∼0.023%가 나왔다. 남녀 기자 모두 휴대용 측정기 수치가 경찰 측정기보다 낮았던 것이다.
● “직접 입력하는 앱이 가장 부정확”
측정을 도와준 경찰은 “휴대전화 앱과 연동되는 C 측정기의 경우 실제 경찰이 쓰는 측정기와 같은 제조사에서 만든 제품이라 그나마 정확도가 높았다”면서도 “다만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직접 확인한 것처럼 정확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맹신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관리 감독의 문제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사용하는 음주측정기는 4개월에 한 번씩 성능을 점검해 필요한 경우 교정을 한다”며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 경찰 장비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성능 점검을 주기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확도가 가장 떨어지는 건 성별, 몸무게, 마신 술의 양을 직접 입력해 계산하는 혈중알코올농도 계산 앱이었다. 여러 번 되풀이해서 계산했음에도 남성 기자는 0.57%, 여성 기자는 0.27%라는 비현실적인 수치가 나왔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았다.
● “다음 날 숙취운전 때 참고는 가능”
경찰은 휴대용 측정기를 구입할 경우 가격이 좀 나가더라도 가급적 정확도가 높은 측정기를 구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또 음주 직후가 아닌 다음 날 아침 숙취운전이 걱정될 때 술기운이 남아 있는지를 체크하는 정도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실제로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저녁 및 심야시간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아침이나 점심 때 숙취운전으로 인한 음주운전 사고는 늘고 있다.
경찰청의 ‘시간대별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올 1∼6월 전체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58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135건)에 비해 17.4%가량 줄었다. 이는 저녁·심야 시간으로 분류되는 오후 6시∼오전 6시 음주운전 사고 건수가 5574건에서 4312건으로 22.6%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주간 시간대인 오전 6시∼오후 6시 사고는 지난해 1561건에서 올해 1578건으로 소폭(1.1%) 늘었다.
경찰청에 음주측정기를 납품하는 제조업체 관계자는 “과음한 경우 다음 날에도 혈중알코올이 감지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며 “시중에 판매되는 음주측정기는 숙취운전 예방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음주운전 못지않게 숙취운전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다음 날 휴대용 측정기를 사용해 보고 조금이라도 알코올이 감지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술 먹은 다음날 무심코 운전대… 시동 안걸려 대중교통 탔죠”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체험단
도로교통공단, 20명 시범 운영
국회선 제도 도입 본격 논의중
“부끄러운 얘기지만 예전에 음주운전으로 두 번 적발된 적 있어요.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체험단에 참여했습니다.”도로교통공단, 20명 시범 운영
국회선 제도 도입 본격 논의중
경기 파주시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37)는 지난달 도로교통공단(공단)에서 진행하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시범 캠페인에 참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 씨는 2021년 4월 자신의 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차를 타고 집 앞 편의점을 방문했다가 차에서 잠들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는데 2016년에도 음주 후 차 안에서 잠든 적이 있어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이후 2년 동안 면허 취득이 금지됐던 박 씨는 올 4월 면허 재취득을 위해 공단을 찾았다. 그때 그의 눈에 ‘음주운전 방지장치 국민 체험단 모집’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박 씨는 “두 번이나 실수를 반복한 스스로에게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논의 중이라고 들었는데 그와 별개로 개인적으로라도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달아야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전날 술을 마신 후 아침에 차에 탔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는 걸 보고 대중교통으로 출근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지난달 경찰청, 오비맥주, 센텍코리아, 디에이텍과 함께 국민 체험단 20명의 차량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시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는 운전자가 차에 탈 때마다 설치된 음주측정기를 활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고 일정 기준치 이상이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한다. 올 4월 배승아 양이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등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이어지자 본보 등이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국민 체험단으로 선정된 참가자 20명은 본인 차량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고 3개월간 체험을 진행 중이다. 공단 관계자는 “체험 기간 수집된 모니터링 데이터와 참가자 대상 설문 답변은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의 국내 적용 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 등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동잠금장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입법에 앞서 선제적으로 구입하거나 체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소속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지난달 시동잠금장치 제조업체 디에이텍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운송 차량 10대에 장치를 설치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시범운영을 거친 후 본격 도입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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