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이재민 4000여명 대피소 생활 의용소방대 등 지역 봉사단체 앞장 ‘산사태 직격탄’ 예천 백석리의 情
“따뜻한 밥 드시고 힘내세요” 17일 오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백석경로당에서 아랫마을 주민 이은희 씨(왼쪽)가 밥상 앞에 앉은 윗마을 이재민들을 위해 밥을 뜨고 있다. 예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
“작은 손길이라도 모으면 이재민들 보금자리가 빨리 복구되지 않겠습니까.”
17일 오후 2시경 충남 공주시 옥룡동의 한 주택가. 박형진 특수임무유공자회 공주시지회장은 재해를 입은 집에서 살림살이를 옮기며 이렇게 말했다. 이 지역은 13일부터 500mm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내려 주택 침수 등으로 이재민 235명이 발생했다. 박 지회장은 “이재민들은 어디부터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엄두를 못 내더라”며 “더 많은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 “함께 살고 있단 생각에 마음 따뜻해져”
구호물품 준비 분주 같은 날 경기 수원시 권선구 남중부봉사관 구호창고에서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이 담요, 식품 등이 담긴 이재민 긴급구호세트를 상자에 담고 있다. 수원=뉴시스
이 지역 어린이들이 다니는 공주몬테소리어린이집의 경우 지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적극 복구에 참여했다. 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이재원 목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천사처럼 나타나 내부를 말끔히 치워줬다”며 “지금도 돕고 싶다는 연락이 계속 온다. 함께 살고 있단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 윗마을 위해 매끼 식사 차리는 아랫마을
자원봉사자들 복구 구슬땀 폭우로 침수됐던 충남 공주시 옥룡동의 한 주택에서 이날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주=뉴시스
산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선 피해가 덜했던 산 아래쪽 주민들이 이재민 15명을 위해 매 끼니를 차리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이재민들이 모여 있는 백석경로당에선 점심 준비가 한창이었다.
마을 전체에 단수 조치가 내려진 데다 음식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아랫마을 주민들은 모아 뒀던 식재료를 십시일반 모으고 소방용수까지 아껴 밥을 짓고 있었다. 배추전과 부추전 등이 담긴 밥상이 차려지자 곳곳에서 “아이고, 고맙구려” 등의 인사가 오갔다.
소상공인들도 정성을 보태는 모습이다. 전북 익산시 동산동의 프랜차이즈 빵집 사장 김시정 씨(47)는 금강 산북천 제방 붕괴 위험으로 대피 중인 용안면 이재민들에게 빵 3000개(450만 원 상당)를 17일 전달했다. 김 씨는 “더 많이 나누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수해 복구를 위한 온라인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기부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가 16일 연 긴급모금 페이지엔 17일 오후까지 2억 원 넘는 성금이 모였고, 네이버 해피빈의 전국재해구호협회 모금함에도 1억1000만 원 넘는 성금이 모였다.
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예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익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