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오늘은 외신 기사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4일 ‘미셸 위가 US 여자오픈에서 자신의 선수 생활을 마쳤다. 동시에 로즈 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전했습니다.
자신이 유일하게 우승했던 메이저대회인 LPGA투어 US 여자오픈 참가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미셸 위. 페블비치=AP 뉴시스
미셸 위(34)는 2009년 20세의 나이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하고, 2014년 US 여자오픈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이 매체는 자신의 처음이자 유일한 메이저대회 우승 대회인 US 여자오픈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미셸 위를 조명한 것입니다.
이 매체는 로즈 장(20)에게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췄습니다. 이번 시즌 US 여자오픈은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렸는데, 이 대회가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 것은 처음입니다. 로즈 장은 지난해 9월 이 대회장에서 열린 카멜컵 2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낚으며 9언더파 63타를 적어 여자 선수 코스 레코드를 작성했습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LPGA투어 선수들을 뛰어넘어 이 대회장에서 가장 적은 타수를 기록한 것입니다.
LPGA투어에서 세대교체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로즈 장. 저지시티=AP 뉴시스
미셸 위는 프로 데뷔 후 나이키와의 대형 스폰서 계약으로 ‘1000만 달러 베이비’라는 별명을 얻으며 데뷔했는데, 로즈 장 역시 72년 만에 LPGA투어 데뷔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스탠퍼드대 동문이기도 한 두 ‘천재 소녀’가 같은 대회에서 떠남과 떠오름을 동시에 이뤄낸 것입니다. 미셸 위는 “로즈 장과 저녁을 함께 먹는데 사람들이 다가와서 인사하고 사방에 카메라가 있었다”며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 떠오르는 KLPGA투어 ‘루키’ 3인방
9일 끝난 KLPGA투어 대유위니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는 황유민. KLPGA투어 제공
LPGA투어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보며 자연스럽게 시선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로 향했습니다. 이번 시즌 KLPGA투어에서도 미국 무대의 로즈 장 못지않게 화려한 신인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신인상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황유민(20), 김민별(19), 방신실(19)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항저우 아시아경기 참가를 위해 지난해까지 함께 국가대표로 활동하다 아시아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되자 이번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프로 무대에 입성했습니다.
주목도도 골고루 나눠 갖고 있습니다. 데뷔 직후에는 시드전을 수석으로 통과한 김민별이 가장 주목을 받았고, 시즌 초반에는 호쾌한 장타를 날리며 등장한 방신실이 주목받았습니다. 최근에는 163cm의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장타를 날리며 대유위니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황유민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이 대회에서는 이번 시즌 루키인 황유민과 김민별이 KLPGA투어의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연장전까지 가는 경쟁을 펼치며 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번 시즌 KLPGA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67야드를 기록하며 해당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방신실. KLPGA투어 제공
이번 시즌 루키 3인방은 특히 장타를 앞세워 선배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KLPGA투어에는 내로라하는 장타 선수들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의 등장에 팬들도 더욱 설레고 있습니다. 실제로 3인방이 함께 출전한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방신실은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265.1야드(약 242m)로 3명의 선수 중 가장 길었습니다. 황유민은 262.8야드, 김민별은 257야드였습니다.
대회 드라이브 최장 비거리에서는 황유민이 3라운드 16번 홀(파5)에서 343야드(약 314m)를 날리며 3인방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김민별 역시 1라운드 16번 홀에서 327야드를 보내며 이 대회 개인 드라이브 최장 비거리를 만들었고 방신실도 4라운드 7번 홀(파5)에서 317야드(약 290m)를 보냈습니다.
대상포인트 랭킹(5위)과 상금랭킹(7위)에서 新 루키 3인방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이는 김민별. KLPGA투어 제공
이러다 보니 각종 랭킹에서도 3인방은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상위에 포진해 있습니다. 상금랭킹과 대상포인트에서는 김민별(3억 6909만 원·257점)이 각각 7위와 5위로 3인방 중 가장 높고,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267야드·1위)와 평균 타수(70.7타·4위)에서는 방신실이 가장 좋은 기록을 보이고 있습니다. 황유민은 3인방 중 신인상 포인트 1445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 관심에서 멀어지는 2019시즌 루키 3인방
이들이 비상(飛上)하는 동시에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미셸 위가 은퇴를 함과 동시에 데뷔를 한 로즈 장을 바라보는 LPGA투어 사례와는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KLPGA투어에서도 나름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루키 3인방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KLPGA투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이들이었기 때문이죠.
2019년 루키 시즌에 2승을 올리며 신인왕을 차지했던 조아연. KLPGA투어 제공
2019년 시즌 신인왕 경쟁을 했던 조아연(23), 임희정(23), 박현경(23)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의 등장은 지금의 KLPGA투어 인기의 시작점과 같았습니다. 당시 KLPGA투어 최종전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던 3인방 중 신인왕을 차지한 것은 조아연이었습니다. 조아연은 루키 시즌에만 2승을 올리는 등 현재 통산 4승을 달성 중입니다. 2위는 루키 시즌에만 3승을 올렸던 임희정이었고, 3위는 박현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새로운 루키 3인방의 등장과 함께 박현경을 제외한 나머지 두 선수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9년 신인왕 출신인 조아연은 이번 시즌 참가한 15개 대회 중 톱10에 단 한 차례 진입했습니다. 반면 기권과 컷 탈락은 4차례나 됩니다. 지난해 전반기에만 2승을 올렸던 조아연은 이번 시즌 전반기에 우승 경쟁은커녕 이렇다 할 활약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KLPGA투어 관계자는 “조아연이 지난해 후반기부터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 시즌에도 체중을 많이 줄여 그런지 비거리가 줄고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조아연은 지난해 230야드이던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가 이번 시즌 전반기 종료 기준으로 222야드입니다. 이번 시즌 루키들보다 40야드 가까이 적은 거리입니다.
이번 시즌 2번째 메이저대회인 KLPGA투어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기권한 뒤 치료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임희정. KLPGA투어 제공
통산 5승 중 3승을 루키 시즌에만 쏘아 올렸던 임희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시즌 참가한 13개 대회 중 톱10 진입을 3차례 하긴 했지만, 조아연과 마찬가지로 기권과 컷 탈락이 4차례입니다. 또 50위 밖의 성적표를 받은 대회는 4개나 됩니다. 임희정은 2019년 데뷔한 해에 3차례 50위 밖의 성적표를 받았을 뿐,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컷오프 탈락을 한 적이 있을지라도 컷 통과를 한 뒤에 50위 밖의 성적표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KLPGA투어 관계자는 “지난해 교통사고 이후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해 임희정의 샷감이 많이 망가진 것 같다”며 “한국여자오픈에서 기권한 이후 후반기 대회 시작 전까지 치료에 전념하겠다고 한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시즌 전반기에만 준우승을 3차례 기록한 박현경. KLPGA투어 제공
루키 시절 우승을 한 차례도 하지 못해 남몰래 눈물을 많이 흘렸던 박현경만이 그나마 언니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통산 3승의 박현경은 2021년 4월 열린 메이저대회인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 준우승 두 차례에 이어 이번 시즌 전반기에도 준우승을 3차례나 했습니다. 또 상금랭킹 4위(4억 3748만 원), 대상포인트 랭킹 8위(227점)로 조아연(상금랭킹 54위·대상포인트 62위), 임희정(상금랭킹 47위·대상포인트 31위)과 비교할 때 준수하게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 전(前) 루키 3인방 역시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에 미셸 위처럼 은퇴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新) 루키 3인방의 등장은 KLPGA투어에서 새로운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언니들이 동생들과 함께 경쟁하며 KLPGA투어의 활기를 더 띄울지 아니면 이대로 동생들에게 자신들의 자리를 내주며 팬들의 관심 속에서 잊힐지는 이번 시즌 후반기 대회에서 결정 날 것 같습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