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NOW] 국경 허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대세 성장 둔화 이커머스 활로로 주목 큐텐의 몸집 불리기, 직구 활성화 기대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큐텐의 국내 온라인 쇼핑몰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인수를 모두 승인했다. 셋을 모두 합쳐도 2022년 기준 국내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5% 미만에 그쳐 경쟁 제한 요소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쿠팡과 네이버의 2파전으로 흘러가는 현 이커머스 시장에서 3사 합병이 유의미한 경쟁자를 만든다는 게 합병 승인의 배경이다. 큐텐이 3사를 인수해도 온라인은 물론이고 오픈마켓, 해외직구 시장 점유율이 각각 10%를 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 갑작스러운 인수와 성장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공정위는 결국 큐텐의 손을 들어줬다. 해외 배송을 지원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즉 직구와 역직구가 활발하게 이뤄져 국가 간 경계를 느낄 수 없는 거래를 무기로 하는 큐텐으로의 인수가 중소 이커머스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큐텐의 최근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최근에는 11번가 경영권 인수 의향을 모회사인 SK스퀘어에 밝혔다. 11번가 측에서 관련 제안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표한 가운데 인수 여부에 대한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다.
큐텐의 11번가 인수설의 중심에는 큐텐이 장점을 가진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 있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는 여전히 많은 이커머스 기업에 큰 과업이다. 규모가 작은 국내 이커머스들이 쿠팡, 네이버 등 대형사에 대항하려면 크로스보더 전략이 가장 유효하다. 아직 국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전체 온라인 커머스 시장 규모의 10%도 되지 않는다. 단순하게 말하면 직구와 역직구 시장이 아직 크지 않다는 것이다.
으레 ‘해외 직구는 일부 마니아만 이용하는 서비스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상품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누군가가 직접 구해서 유통하는 것이다. 많은 이커머스가 그 역할을 자처하는 가운데 특정 플랫폼에서 직구를 통해 현지 상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다면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중소형 이커머스들이 크로스보더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11번가 역시 이 같은 전략 때문에 기존 아마존과의 협업에 이어 동남아 크로스보더 플랫폼인 큐텐과의 접점이 거론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처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많은 이커머스 기업은 초기 투자를 유치한 이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혜를 누렸다. 하지만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쿠팡과 네이버쇼핑 등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기업은 거시경제 여건의 변화와 역기저효과로 강한 부침을 겪고 있다. 이에 가치를 낮춰 상장을 시도하거나 아예 상장이 불발돼 매각을 검토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11번가도 유사한 맥락에 놓여 있을 뿐이다.
큐텐의 11번가 인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점점 더 일상생활에 밀접해지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평소처럼 온라인으로 쇼핑을 했는데, 알고 보니 직구 상품으로 밝혀지는 일이 일상이 될 것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