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2년새 0.26→0.85% 껑충 건전성 관리 위해 신용대출 중단 저축은행도 중금리 대출 규모 줄여 소비자들 오전 6시 ‘오픈런’까지
치솟는 연체율로 금융권이 건전성 관리에 나서며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중단하면서 고신용자마저도 대출을 받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저축은행도 중금리 대출 폭을 줄이고 있어 금융 소비자들의 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졌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15일부터 고신용자에 대한 신규 신용대출 승인을 잠정 중단했다. 아울러 마이너스통장(마통) 대출도 내부 기준을 충족하는 중·저신용자 고객으로 범위를 좁히면서 사실상 고신용자는 마통을 뚫을 수 없게 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은행 출범 이후 신용대출에 집중하다 보니 여신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언제까지 신규 신용대출 승인을 중단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월 약 8개월 만에 고신용자에 대한 신규 신용대출을 재개했지만 일별 취급 한도에 제한을 두고 운영 중이다. 카카오뱅크가 내줄 수 있는 신용대출 한도가 매일 정해져 있다 보니 금융 소비자들이 신용대출 영업이 시작되는 오전 6시에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하는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났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건 근본적으로 연체율 급등 때문이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연체율은 2021년 말 0.26%에서 지난해 말 0.62%로 껑충 뛰었다. 이후 올 4월 말에는 0.85%까지 올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경우 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의 비중이 80%에 달하고, 신용대출의 비중은 20% 정도라 건전성 관리가 수월하다”면서 “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의 비중이 20∼50% 수준밖에 안 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건전성을 위해 담보대출 등을 높이는 방향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비중을 높이라는 정부 방침에도 오히려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의 경우 올 1∼4월 기준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은 35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00억 원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들도 중금리 대출 규모를 줄이며 금융 소비자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저축은행 업계의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지난해보다 40%가량 줄어든 1조66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취급 건수도 약 13만 건으로 1년 전(약 15만 건)보다 2만 건가량 줄었다. 올해 3월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07%로 지난해 말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