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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호찌민에서 인천으로 출발하기 14시간 전에 결항 소식을 들었다고 합니다. 저녁 먹으러 나가다가 메시지 받았다는군요.”
“7월 24일 런던 갈 예정인데 하필 그날부터 파업인가요? 숙박이며 투어 예약 다 어쩌죠? 항공편 문제 하나로 여행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데 참 어이없네요.”
예고 없이 날아든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소식에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가 온통 난리다. 여름 휴가철 항공 승객을 볼모로 잡아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는 아시아나 노조에 비난이 내리꽂힌다.
그런가 하면, 적자가 쌓이고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이자비용으로 내는 마당에 노조 요구대로 월급을 올려줄 수 있느냐는 경영진의 설명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안타까운 대립 속에 양측의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속절없이 시간만 흐른다. 예고된 조종사 파업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이 대한항공의 움직임이다. 대한항공은 “타사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긋고 있다. 아직 인수한 게 아니니 ‘남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향을 공식화한 대한항공이 그렇게 팔짱 끼고 강 건너 불 보듯 하기만 하면 되나 싶다.
불확실한 미래와 노사 갈등에 지쳐 더 많은 아시아나 직원이 회사를 떠나고 자연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면 잘못 생각한 것이다. 인수합병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노사 화합이기 때문이다.
피인수 기업의 노조는 흔히 합병 전후 사측과 적대적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기업이 인수합병 전 노조 파업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합병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다.
아시아나 노조를 달랠 방안을 무엇이라도 제안하는 것 이외에 대한항공이 할 일은 아시아나 항공기 지연, 결항 등으로 빚어질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적극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대체 항공편 마련 등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살피는 모습에 소비자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해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금이 그 의지를 보여줄 기회가 아닌가 한다.
김현지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장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