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총 28차례 ‘극한호우’가 쏟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틀에 한 번꼴로 강수량이 1시간에 50mm 이상이면서 3시간에 90mm 이상인 강한 비가 내렸다는 뜻이다.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는 빈도는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8.5% 늘어나고 있다. 극한호우가 일상화되면서 언제 어디서 물폭탄이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세종에는 15일 하루에 283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고 충남 공주, 경북 문경 등지는 13일 이후 강수량이 500mm를 넘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기후가 바뀌는 상황에서 수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기후변화에 맞춰 매뉴얼도 개선돼야 한다. 그런데 현행 매뉴얼은 대부분 과거의 기후를 기준으로 작성돼 있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14명이 희생된 충북 청주시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경우 충청북도는 당시 상황이 교통 통제 요건 중 일부는 충족했지만 ‘지하차도 중심부 수위 50cm’라는 매뉴얼상 기준에는 맞지 않아 교통을 통제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순식간에 이 정도 높이까지 물이 들어차면 이미 사람은 빠져나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물이 빠르게 유입될 경우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산사태에 대비한 매뉴얼도 정비해야 한다. 이번에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대부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었다. 집중호우가 내린 곳은 어디든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취약지역 위주로 관리하던 방식에서 강수량을 기준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매뉴얼대로 조치를 취하더라도 자연재해의 피해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매뉴얼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