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3명 전수조사… 절반만 생존확인 “안 낳았다” 부모 많아 피해 늘듯 경찰 “숨진 아이 더 있어 수사중”… 생존아동 상당수는 입양시설 거주 정부 “신고기간 정해 주기적 파악”
정부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는 확인되지 않은 ‘유령 아이’ 2123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생존이 확인된 아이가 1025명(48.3%)으로, 2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18일 나타났다. 확인된 사망 아동만 249명(11.7%)에 이르는 가운데 아직 생사나 학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814명(38.2%)의 추가 피해 우려가 나온다.
● 조사 회피-출생 부인 405명 ‘학대 의심’
보건복지부는 지난 8년간 예방접종 시스템상 출생 직후 부여된 임시 신생아 번호가 주민등록번호로 전환되지 않은 아동에 대해 지난달 28일부터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을 통해 전수조사를 벌였다. 지자체 담당자가 방문 조사에서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지 못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는 이를 합친 405명이 범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두 자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경기 수원시 자택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지난달 구속된 A 씨도 현장 조사를 거부했고, 초기 조사에선 ‘개인정보가 도용된 것 같다’는 취지로 출산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지자체가 수사 의뢰한 1095명 가운데 27명의 사망과 254명의 생존을 확인한 상태다. 나머지 814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중인 아동 가운데 사망자가 몇 명 더 있다”며 “오래된 사건의 경우 관련 기록을 찾기 어려워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전북경찰청은 2017년 전북 전주에서 출산한 아들이 사망하자 충남 지역 바다에 시신을 버린 30대 친모 B 씨를 학대치사 및 시신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이 수사 중인 814명 중에는 B 씨의 아들도 포함돼 있다.
● 생존 아동 상당수는 입양 및 시설 거주
이번 조사에서 생존이 확인됐더라도 상당수 아이들은 친부모를 떠난 양육 환경이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지자체가 생존을 확인한 771명 중 친부모 등 원 가정 내에서 자라는 경우는 378명뿐이었다. 나머지는 입양되거나 시설에 입소되는 등 보호자가 친부모와 달랐다. ‘유령 아이’를 출산할 당시 양육이 어려운 10대였던 보호자는 230명으로 전체의 10.8%였다.조사 과정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 아동은 45명이었다. 혼외자이거나 부모 중 한 명이 불법체류자(미등록 외국인)라는 이유 등으로 출생신고가 늦어진 사례도 46명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생존 아동 가운데 아동 학대가 의심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인계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선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생신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이번 전수조사에서 제외된 외국인 아동의 경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임시 신생아 번호 활용을 허가하는 대로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7월 ‘유령 아이’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복지부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로 보육료나 아동수당을 받는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주기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다.
또, 산부인과 등 병의원이 아이의 출생을 지자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의 경우 내년 7월 정식 시행 이전에라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위기 임신부가 일정 상담을 거친 후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호출산제도 추진한다.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