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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막바지” 채권에 몰린 개미… 기대감에 베팅했다가 자금 묶일 수도

입력 | 2023-07-20 03:00:00

금리 내리면 가격 오르는 채권
시세 차익 노리는 개인에 인기… 올해만 20조 원 넘게 사들여
중도매도 어렵고 원금 잃을 수도… 변수 고려해 전략적으로 매수해야




지난해부터 시작된 개인들의 채권 투자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연초 이후 개인이 순매수한 채권 규모가 벌써 지난해 연간 순매수 규모를 뛰어넘었다. 기준금리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 인하 시기에 맞춰 이자 소득과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개인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채권 투자에 나서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기준금리 정점론에 개인 채권 투자 열풍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들은 연초 이후 17일까지 총 20조6295억 원의 채권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20조6113억 원)보다 많은 규모의 채권을 반년여 만에 사들인 셈이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국내 채권시장이 지난해부터 대중화됐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2021년(4조5675억 원) 대비 3.5배나 많았다. 2018년(4조3190억 원), 2019년(3조7523억 원), 2020년(3조8000억 원)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한때 채권 투자는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었지만 작년 무렵부터 일반 고객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유형별로 봤을 때 올해 개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채권은 대한민국 국채로 36.3%를 차지했다. 국채의 경우 대한민국이 부도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돼 안전성이 높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국채에 이어선 회사채(25.2%), 기타 금융채(21.1%), 은행채(10.2%) 등의 순으로 투자 비중이 높았다. 회사채와 금융채의 경우 국·공채에 비해 위험성이 높지만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17일 기준 삼성증권의 모바일 앱 ‘엠팝(mPOP)’에서는 만기가 3년 2개월 남은 LG디스플레이 회사채(43-2회)를 연 5.725%, 만기가 2년 5개월 남은 NH농협캐피탈 회사채(157-3회)를 연 4.776%에 각각 판매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연 3.611%·17일 기준)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개인이 채권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상 행진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향후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올라 이자 수익과 함께 매매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주 발표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 대비 3% 올라 2년여 만에,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보다 0.1% 올라 3년 만에 최소폭의 상승을 각각 보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13일 4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금리 인하로 통화 정책 방향이 전환되는 피벗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대외 변수가 추가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시장금리가 현 수준에서 더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기적인 관점에서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금리 인하 기대만으로 투자는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채권에 투자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금리 외에도 채권 투자 시 따져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채권은 예·적금과 달리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 채권 발행 기업이 파산하면 투자자는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투자 이후 만기 전에 매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일부 금융사는 채권 중도 매도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또 투자 종목의 거래량이 주식 대비 적은 편이라 원하는 가격에 팔기도 쉽지 않다. 채권의 잔존 만기가 운용 자금의 투자 목표 기간과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자칫하면 단기로 필요한 자금이 만기 5년 이상의 장기채에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성훈 대신증권 여의도영업부 차장은 “금리 인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채권에 투자하기엔 헤아릴 변수가 많다”며 “자금 성격, 운용 기간, 투자자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투자 계획을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