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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중현]거품 꺼지는 中 부동산, 글로벌 금융위기 뇌관 되나

입력 | 2023-07-19 23:48:00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2005년 “오늘날 미국인은 집을 사고팔면서 먹고산다”는 내용의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썼다. 저소득층에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겨 호황을 누리는 미국 경제를 꼬집은 것이다. 3년 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부동산 개발이 차지하는 중국 경제를 크루그먼식으로 표현하면 ‘중국인은 땅 사용권을 팔아 먹고산다’고 할 만하다. 그런 중국 부동산에 큰 탈이 났다.

▷최근 중국 부동산기업 완다그룹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맞았다. 완다의 핵심 계열사가 이달 23일까지 4억 달러(약 5062억 원)의 달러 채권을 상환해야 하는데 갚을 능력은 절반밖에 안 된다. 완다그룹은 1988년 군인 출신의 입지전적 사업가 왕젠린 회장(69)이 세운 부동산 개발업체다. 백화점, 호텔, 테마파크, 극장체인, 엔터테인먼트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완다의 충격에다 한때 중국 2위까지 올랐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이 2021, 2022년에 120억 위안(약 142조4000억 원)의 손실을 봤다는 실적까지 공개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재작년 디폴트에 빠져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 우려가 제기됐던 곳이다. 헝다의 총부채는 작년 말 2조4440억 위안(약 443조 원)으로 한국 국가채무의 40%가 넘는 수준이다.

▷“집은 살기 위한 것이지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2016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언이 부동산 시장 위축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중국 정부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서면서 부동산 대출이 빡빡해졌고, 직격탄을 맞은 게 헝다, 완다 같은 기업들이다. 부동산 기업의 줄도산이 예고되자 중국 정부는 정책금리 인하, 대출상환 연장 등 부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부동산은 GDP의 20%를 차지하는 수출보다 중국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토지 사용권을 팔아 재정을 충당해온 지방정부들에 특히 치명타다. 땅이 국가 소유인 중국에선 지방정부가 최장 70년짜리 토지 사용권을 판다. 적자 지방정부의 빚이 급증하면서 숨겨진 것까지 모두 합할 경우 부채가 중국 GDP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추산했다.

▷지난달 중국의 주택판매량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28% 급감했다. 집값은 2021년 여름 이후 줄곧 하락세다. 21% 실업률에 시달리는 청년은 집을 살 여력이 없고, 싱가포르 등지로 해외이민을 떠나는 자산가가 늘어나면서 주택 수요는 살아날 기미가 없다. 다음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국 부동산에서 촉발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부동산 버블의 끝은 언제, 어디서나 극심한 경기 침체였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