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장관-용산구청장 지금껏 자리보전 행정수반이 문책 않는데 공무원 움직이겠나 무능·무심·무책임·부실 박희영 용산구청장 10월 보선에서 주민이 새로 뽑게 사퇴시켜야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막을 수 있는 참사’라는 말이 또 나왔다. 112신고 무시, 제 할 일 안 한 지방자치단체-경찰-소방당국의 “네 탓” 공방, 경찰 수사 착수, 높은 사람들의 복장 터지는 대응까지. 14명이 희생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작년 10월 이태원 참사 때와 통탄할 만큼 닮았다.
물론 기후 위기가 더해진 천재지변은 사람이 만든 핼러윈 축제와 다르다. 그러나 핼러윈 때 이태원에 군중이 몰릴 것을 예상할 수 있었듯, 극한 폭우 때 지하차도가 위험하다는 것쯤 예상하고 대비해야 신뢰받는 정부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환경부에 “물 관리 못 할 거면 국토부로 넘기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5월 9일 이상기후 현상까지 언급하며 ‘선제적 체계적 홍수피해 방지 대책’을 발표했던 사람이다. 심지어 ‘경찰이나 소방, 협력체계와 정보 공유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 질문엔 수자원정책관이 나서 “소방청, 행안부, 지자체, 관계기관과 모든 정보가 다 공유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럼에도 한화진은 자리 걱정 말기 바란다. 인사청문회가 겁나고 귀찮은 윤석열 정부가 장관을 문책 경질할 리 없다. 이태원 참사 다음 날 “경찰이나 소방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던 무능·무심·무책임한 3무(無)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도 지금껏 자리보전 중이다.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책임조차 묻지 않은 행정수반이 윤 대통령 아닌가.
보다 못한 야당이 2월 장관 탄핵소추에 나서 재난대책 컨트롤타워 책임자는 현재 직무 정지 중이다. 오송 참사를 중대재해처벌법상 명백한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할 경우, 행안부 장관을 유고(有故) 상태로 만든 행정부 수반의 책임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7일 오송 복구 현장을 가로막고 ‘대통령의 문책’을 예고했다. 양평 등 대통령 부인 문제를 적극 방어했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윤심을 한 몸에 짊어진 태도였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한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도 걱정할 것 없다. 실무진은 법적 책임을 뒤집어쓸지 몰라도 두 지자체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태원 참사 수사를 74일이나 했던 경찰청에서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은 물론 집권당 소속 서울시장까지 무혐의 처분했는데 이들이 변을 당할 리 없다.
이태원 참사 두 시간 전에 현장을 지나면서도 ‘평상시 인파’로 여겼다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역시 굳건하다. 국힘 소속이라 3무에 부실 대처가 드러났어도 법적 책임에 대해서만 재판받는다. 설령 1심 유죄가 나온대도 대법원 판결까지 버티면서 임기를 채울 공산이 크다.
박희영이 물러난대도 정부여당은 골치 아플 것이다. 10월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 보선에 제3당이 후보를 낸다는데 정부여당으로선 용산구까지 판을 키워주기 싫을 게 분명하다. 귀책 사유가 있는 국힘이 후보를 낼 수도 없다. 그렇다고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구를 야당에 넘기는 것도 불안할 터다.
내가 용산 주민이라면 내 ‘살림’을 더는 박희영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 국힘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중시한다면, 유능한 새 구청장을 뽑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통령이 ‘책임 장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정부여당이 국민보다 용산을 먼저 챙기는 식이면 이런 참사는 또 일어날 수 있다. 공무원은 낙지부동(낙지처럼 바닥에 딱 들러붙어 움직이지 않는) 상태, 국민은 무정부 상태에서 각자도생에 목숨 걸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