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해진공, 새주인 찾기 돌입 금융권 “배임부담 벗어날 절충안” 주식 수 늘어 주가 하락 불가피
HMM 플래티넘호가 화물을 싣고 있는 모습. HMM 제공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금주 중 HMM(옛 현대상선) 매각공고를 내고 새 주인을 찾는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이번 주에 HMM 경영권 매각 공고를 내기로 했다. HMM 지분의 40.65%를 보유한 대주주인 산은과 공사는 2조68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만기가 없는 채권)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HMM 인수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 걸 막기 위해 인수 전 약 1조 원만 주식으로 바꿀 방침이다. 나머지 1조6800억 원의 영구채는 매각 후 주식으로 전환해 보유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산은과 공사는 매각 후에도 HMM의 2대 주주로 남게 된다.
산은이 5조 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HMM 인수 가격이 크게 오르는 걸 피하기로 한 것은 매각 속도를 높이려는 측면도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HMM의 신속한 매각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HMM 주가가 1000원 움직이면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에 0.07%포인트만큼 영향을 준다. 13%대로 떨어진 BIS 비율 등 산은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려면 HMM 매각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산은 등이 HMM 인수가격 급등을 피하면서도 배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충안을 택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사전에 약정된 가격보다 현 주가가 높은데도 이를 주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서다.
영구채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당 가치는 낮아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영구채 전환 시 유통 주식 수가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가능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