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피해] ‘지하도 참사 예방’ 전문가 제언 “이상기후에 위험도 평가 맞추고 장마철 시설물 관리-대응 효율화”
오송 지하차도서 견인된 피해 차량들 19일 오전 충북 청주시의 한 견인차량 보관소에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견인된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경찰은 사고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침수 차량 17대의 블랙박스를 확보해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뉴스1
“과거 50년, 100년 빈도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만든 기존 매뉴얼로는 앞으로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없습니다.”(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극한호우’라는 단어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이상기후에 맞춰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매뉴얼을 만들고 재난안전대책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의 경우 ‘100년 빈도 강수량’(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100년에 한 번 내리는 수준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쌓은 임시 제방이 붕괴되면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 “매뉴얼 전면적으로 바꿔야”
침수 위험 시설물의 관리·대응 책임을 장마철 등 특정 기간만이라도 효율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사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의 도로 관리 책임은 충북도, 미호강 관리는 청주시, 미호천교 임시 제방 공사 감독 권한은 행복청에 있다 보니 급박한 상황에서 통합 관리가 안 됐고 사고 후 기관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적어도 재난이 임박한 상황에선 방재 전문가를 임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해 지휘체계를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4, 15일 일본 북동부 아키타현에 400mm에 이르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지만 관할 시장으로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했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민간 공조도 검토할 필요”
현재 정부 중심의 재난 대응체계에 민간을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대원 LIG시스템 재난안전연구소장은 “이제 재난 발생 시 일괄적으로 전달하는 경보는 효과가 떨어진다. 민간 플랫폼을 이용해 개인 위치에 맞는 경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위치 정보를 다루는 정보기술(IT) 기업 등에 실시간 경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차량 운전자들이 다른 길로 우회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지하차도를 최근 이상기후를 감안해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일정 길이 혹은 깊이 이상의 지하차도에 비상 차로를 지정해 어떤 상황에서도 지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설계하고, 배수펌프에 전력을 공급하는 배전반은 지상 1.5m 높이에 설치해 침수 때도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지하차도의 경우 배전반이 지하에 있어 물에 잠기면 작동하지 않았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