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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응-책팔이 잇단 스캔들에…美대법관 재산공개 강화 추진

입력 | 2023-07-20 15:38:00


미국 최고 사법기관인 연방대법원이 보수적 판결과 향응 제공 논란에 이어 최근 책 강매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집권 민주당의 일부 상원의원을 중심으로 “대법관의 재산 공개를 강화하는 법안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탓에 최근 낙태권을 인정한 판결을 폐기하고 소수인종 대입 우대 정책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는 등 잇단 보수적 판결을 내놓은 대법원을 향해 민주당이 ‘윤리’를 무기로 압박에 나선 것이다. 다만 입법부가 법안을 무기로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을 두고 삼권 분립 원칙에 위배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법안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AP통신은 최근 대법관들이 본인들의 저서를 판매해 인세를 챙길 기회로 대학과 기관이 주관하는 ‘대법관과의 만찬’이나 ‘대법관의 강연’에 적극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보좌관을 통해 미시간주립대 신입생 배포용으로 1만1000권을 주문하도록 요구했다. 또 1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에 “250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추가 구매를 주문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2017년 텍사스주의 맬레넌 커뮤니티 말리지에서 주최한 비공개 만찬에 참석했는데 당시 학교 측은 그의 자서전 100권을 구매했다.

연방대법관들의 향응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미국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 등에 따르면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2008년 공화당 후원자인 폴 앨리엇 싱어의 개인 제트기를 타고 알래스카 낚시 여행을 떠났다. 프로퍼블리카는 얼리토 대법관이 직접 전세기를 띄웠다면 편도 10만 달러(약 1억2900만 원)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사상 두 번째 흑인 대법관으로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1991년 취임한 토마스 대법관은 매년 억만장자 친구로부터 여행 접대를 받아 논란이 됐다.

미국 정부윤리법에 따르면 판사, 의원, 연방공무원과 배우자들은 금융 상태와 외부 소득을 신고해야 한다. 판사는 415달러 이상의 선물을 보고해야 하며 업무 관련인에게는 어떠한 선물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적 친분에 따라 받는 선물은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환대의 범위가 지나치게 모호한 게 문제”라며 “대법원 권력에 대한 견제 실패”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토마스 대법관은 논란이 커지자 “법원과 관련이 없는 사람과 주고받는 호의에 대해선 신고 의무가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이에 무소속이지만 민주당 성향인 앵거스 킹 상원의원은 최근 대법원이 180일 이내에 행동강령을 만들고 윤리적 문제를 검토할 담당자를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 일부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연방대법관들이 공개해야 하는 선물, 소득, 상환금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이다. 미 상원 법사위의 민주당 소속 딕 더빈 위원장은 5월 열린 대법관 윤리 청문회에서 “법원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의회가 대신 나서야 한다”며 “이런 현실이 대법원의 공신력을 위기로 몰고 있다, 현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화당 의원들은 현재 6대 3으로 보수 우위를 보이고 있는 대법원에 대한 공개 압박이라며 법안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원 민주당의 새로운 윤리 강령은 법원의 독립성을 파괴하려는 계획”이라며 “대법관의 윤리에 대해 하급 법원 판사가 판결하도록 함으로써 사법부를 더욱 정치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