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첨단산업의 패권을 놓고 ‘거대한 체스판’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자국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은 공동기업 ‘라피더스’로 반도체 부활을 꿈꾸고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첨단산업 공급망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로 반도체 굴기에 나섰고 유럽연합(EU)도 ‘탄소중립 산업법’과 ‘핵심 원자재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첨단산업은 국가의 전략자산이며 국가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의 총력을 모아야 하는 전쟁에 가까운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첨단산업 전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목표로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대폭 확대했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 ‘킬러 규제’도 적극 발굴·개선 중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어제 전국 7곳을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3대 분야에서 국가대표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는 경기 남부와 구미, 이차전지는 청주·포항·울산·새만금, 디스플레이는 천안·아산이 선정됐다. 바이오 분야도 내년 상반기에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할 예정이다. 또 우리 공급망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력 반도체, 전기차 부품, 바이오 원자재 등의 분야에서 부산, 대구, 광주, 오송, 안성 등 5곳을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또 첨단산업을 통해 기존 주력산업을 고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차세대 이차전지와 전력반도체를 통해 미래차, 친환경 선박 등 미래 모빌리티의 성능·효율을 향상시키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확장현실(XR) 등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끝으로 이번 특화단지 지정은 국가균형 발전에도 큰 이정표가 될 것이다. 전국에 펼쳐진 12개의 특화단지가 지역의 장점과 융합돼 특색 있게 발전함으로써 지역 발전은 물론이고 전 국토의 첨단산업 기지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특화단지에는 총 620조 원이 넘는 민간 투자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규제 개선, 인프라 조성 등을 통해 민간 투자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하고, 첨단산업 초격차 유지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와 핵심 인재 양성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화단지를 통해 새롭게 그려지는 대한민국 첨단산업 지도가 치열한 첨단산업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과 좌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