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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SNS 공간’ 방문기[공간의 재발견/정성갑]

입력 | 2023-07-20 23:36:00


이제야 겨우 인스타그램이랑 좀 친해졌는데 저커버그가 이끄는 메타에서 또 하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내놨다. 스레드!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베꼈다며 연일 분을 못 삭이고(하다하다 저커버그에게 성기 크기 대결 제안까지 했다) 빌런 역할을 한 것도 ‘뭐야? 뭔가 핫한 게 나오는 거야?’ 하는 호기심에 불을 질렀다고 본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가입자 현황 업데이트. 출시 5일 만에 1억 명 돌파. 전 지구촌에서 ‘스레드 질주’가 시작되는 것 같으니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고 몸이 달았다. 포모 증후군(FOMO Syndrome), 나만 뒤처지거나 소외되어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는 증상 말이다. 어쩔티비(‘어쩌라고? 가서 TV나 봐!’라는 뜻) 같은 신조어, 새로 생긴 문화 명소, 넷플릭스 기대작, 그리고 SNS까지 초연결사회에서는 여기저기서 끝없이 신장 개업 뉴스가 쏟아진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인다. ‘늦었어, 어서 들어와.’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스레드는 지금 물고기가 넘쳐나는 산천어 축제 같다. 서비스가 이제 막 시작된 지금이야말로 팔로어 수를 늘릴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란 걸 아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개씩 피드를 올리며 전력 질주한다.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 중 하나는 쓰팔(스레드 맞팔). 처음에는 무슨 욕인 줄 알았다. 타임라인에 올라온 스레드 용어 정리를 보고서는 그 빠른 재치에 감탄이 나왔다. 쓰미마셍(미안합니다), 쓰린이(스레드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사람), 쓰레기(스레드 하면서 기분 좋다) 등등 위트 넘치는 용어가 많았는데 다들 진짜 대단하다 싶다가도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몇 개라도 외워둬야 하나? 스레드 타임라인은 인스타그램과 비교하면 훨씬 촘촘했다. 짧은 글이나 ‘짤’만 툭툭 올리는 사람이 많아 출퇴근길 만원버스를 타고 있는 듯한 기분. 오래는 못 있겠다 싶어 3∼4분 둘러보고 자진해서 하차하기 일쑤다. 내 계정에 한 번씩 들어가 보면 ‘아직 스레드를 게시하지 않았습니다’ 하는 문구가 뜬다. 자꾸 뭘 올리라는데 뭘 올려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틀렸나 보다.

현대인들은 피로한 것이 예전에는 발로 갈 수 있는 곳만 ‘공간’으로 인식됐는데 이제 손가락으로 갈 수 있는 곳도 다 둘러봐야 한다. 알고 경험해야 할 공간의 수가 몇 배로 늘었다. 휴대전화에만 해도 수십 개의 ‘방’이 나의 방문을 기다린다. 많은 경우 편리하지만 어느 때는 그냥 좀 멀어지고 싶다. 이제 그만 연결해 주셔도 돼요, 하는 마음이랄까. 아직도 스레드 개시를 못 하고 있다.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동시에 편하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랑 친구가 될 수 없듯 모든 SNS에서 다 잘 놀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셀프 최면을 걸고 있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