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전기차 ‘EV9’의 바퀴. 기아 제공
김도형 기자
최근의 휠 디자인은 중심과 바깥면(림)을 단순한 형태의 바큇살로 연결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뤘다. 단순하면서도 역동성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그러면서 탁월한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고급차의 휠은 디스크 브레이크가 장착된 휠 안쪽을 훤히 드러내는 경우도 많았다. 때로는 휑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휠 디자인은 갈수록 커지는 휠 사이즈와 함께 차의 역동성을 도드라지게 하는 요소였다.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이런 단점이 미세한 연비 저하로 이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1회 충전 주행거리가 핵심 스펙이 된 전기차에서는 공기저항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일이 지상 과제로 떠올랐다.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면 기꺼이 휠의 빈틈을 메우는 것으로 방향이 달라졌다.
요즘 나오는 전기차의 휠은 테두리 등 바깥 부분을 편평하게 막은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삼각형이나 바람개비 같은 기하학적인 디자인 요소를 활용하기도 한다. 얼핏 보면 뚫려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까만 플라스틱으로 여기저기를 막아놓은 휠도 있다. 디스크 브레이크가 잘 안 보일 정도로 틈이 작은 휠을 장착했다면 전기차라고 짐작해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전기차라고 해서 확 트인 디자인의 휠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실용성과 친환경성을 앞세우던 전기차에서도 조금씩 강력한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모델들이 등장하는 상황은 휠에 또 한 번의 변화를 요구한다.
무거운 배터리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20%가량 더 무거워진 전기차에서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구현하려면 오히려 예전보다 더 강력한 제동능력이 필요하다. 빈틈을 막았던 휠에서 다시금 틈을 만들어서 냉각 성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