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법 선고 승복하고 무공천해야 野, 승부 넘어 민심눈높이 주시해야
정연욱 논설위원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 “희대의 농간을 부렸다.”
문재인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있었던 김태우가 당시 청와대 비리 의혹을 폭로하자 쏟아진 인신공격이다. 청와대 내부에서 오간 은밀한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자 후폭풍은 거셌다.
먼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친문 인사들을 앉히기 위해 박근혜 정부 시절 산하기관 임원 13명을 쫓아낸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감찰 무마 의혹이 제기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수수 혐의도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문재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역시 검찰의 기소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누가 ‘희대의 농간’을 부린 미꾸라지인지 답은 어느 정도 나온 듯하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의 범죄 행위가 발견될 경우엔 형의 감경과 면제를 명시하고 있다. 권력기관 내부 부패에 경종을 울리는 공익신고의 ‘메기 효과’ 때문이다. 그래서 최종심 결정을 둘러싸고 공익신고의 한계, 범위를 둘러싼 치열한 논의도 벌어질 만하다. 하지만 이번 10월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런 의제는 아예 실종된 듯하다. 여야가 서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공천 경쟁에 몰입해서다.
국민의힘은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했을 경우 공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당규를 들어 무공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강제조항이 아니어서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공천을 강행할 명분으로는 약하다. 물론 이번 보선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마지막 선거라서 선거판을 키울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집권 세력에게 임기 내 재·보선이 별로 유리할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에선 12일 1차 공모 결과 공천지원자가 13명이 몰릴 정도로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강서지역 의원 3명이 모두 민주당일 정도로 텃밭인 데다가 국민의힘이 무공천한다면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김태우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조국 저격수’로 승부를 걸었듯이 민주당 후보는 철저히 ‘윤석열 저격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총선에 사용할 정권 심판론을 시험 가동해 볼 것이다.
역대로 보선은 투표율이 낮아서 여야의 핵심 지지자들이 정면 대결을 벌이는 무대로 불린다. 민주당의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지자들을 제대로 투표장으로 견인해 낼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여전히 30% 가까운 무당층의 행보도 주목된다. 국민의힘의 ‘무관심’ 전략 속에서 이들을 끌어낼 수 있는 제3지대 후보의 등장 여부도 변수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 지형이 다시 요동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