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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학생에 맞고 극단 선택하고… 초등학교 교실서 대체 뭔 일이

입력 | 2023-07-20 23:51:00

올해 23세인 새내기 여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 20일 오후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학교에서는 추모문화제가 열렸고, 일대에는 ‘동료 교사’ 리본 등이 달린 화환 수백 개가 놓였다. 뉴스1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문 앞에는 근조 화환이 300여 개 늘어서 있다. 최근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담임교사를 추모하는 화환들이다.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교사가 자기가 맡고 있는 반의 남학생에게 욕설과 함께 전치 3주의 폭행을 당해 병가를 낸 상태다.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할 초등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18일 숨진 채 발견된 서초구 교사는 향년 스물셋으로 지난해 3월 임용된 새내기 교사였다. 경찰이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수사 중인 가운데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교 폭력 사건으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1학년 담임은 어린 자녀를 처음 학교에 보내놓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아 교사들 사이에서는 기피 대상이라고 한다. 고학년 담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아이들은 빨리 자라기 때문에 성인만 한 덩치로 달려들면 이겨내기 어렵다. 양천구 교사는 3월에도 같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또 때리면 고소한다”고 했지만 재차 폭행을 당했다.

코로나로 줄어들었던 교권 침해 사례가 대면 수업 재개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폭행을 당한 교사가 2018년 172명에서 지난해는 361명으로 급증했다. 한국교총의 지난해 교권 침해 상담 건수도 520건으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스승의 날에는 교사의 87%가 사직을 고민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선호 직업이던 교사가 힘들고 어려워 다들 기피하는 ‘3D 업종’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사기가 떨어진 교사들로 충실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당한 대우에 속수무책인 교사를 보며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나.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 활동과 생활 지도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요즘은 학생들 간 다툼이나 학부모와 교사의 분쟁이 법정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학내 갈등을 학교 스스로 해결하는 권위와 역량을 상실한 근원에 대해서는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 모두 함께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싸우다가도 화해하고 반성하고 용서하며 성장하는 곳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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