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재건축 바람타고 ‘바닥론’ 전국 평균도 18개월만에 상승 전환 대출규제 완화로 ‘생애 첫 집’ 늘어 “금리 계속 올라 매수는 신중해야”
최근 재건축 속도를 높이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 뉴스1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8차(전용면적 163.67㎡)는 지난달 말 49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최고가인 48억7000만 원보다 8000만 원 높은 수준. 서울 강남구 압구정4구역에 있는 아파트로 이달 11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구체안이 발표된 압구정 2∼5구역 중 한 곳이다. 인근 압구정1구역에 있는 미성2차 전용 118㎡도 12일 37억3000만 원에 계약되며 최고가(34억5000만 원)를 넘어섰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통기획이 발표된 뒤 매수 문의는 늘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규제 완화로 주요 재건축 사업이 가시화하면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재건축 등이 추진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매매량이 여전히 많지 않은 데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어 ‘대세 상승’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달 17일에는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가 17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올해 4월 같은 평형이 14억3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3억 원 넘게 오른 것.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호가를 1억 원 높이거나, 저층 매물을 19억 원대에 내놓는 집주인도 있다”며 “신혼집 매수 문의와 갈아타기 수요가 겹쳐 저렴한 매물부터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전역에서 상승세가 나타나는 데는 대출규제 완화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에서 30대가 생애 첫 주택 매매 등기를 신청한 건수는 1375건으로 1월(434건) 대비 3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40대도 945건으로 1월(328건)보다 대폭 늘었다. 정부는 앞서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대상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80%로 대폭 완화한 바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가 두 달 연속 상승한 것도 변수다.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5월(3.56%)보다 0.14%포인트 높은 3.70%로 집계됐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대출금리가 여전히 높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경기 침체 우려도 크기 때문에 주택 매수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