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동성애 보고서’ 발간뒤 공식사과 818억원 보상 등 권고 이행키로
리시 수낵 영국 총리. AP 뉴시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과거 자국군의 성소수자 탄압 행위를 공식 사과했다. 영국은 1967년 동성애 처벌법을 폐지했지만 군대에서는 2000년까지 동성애를 금지해 전기충격 치료, 협박, 강제추행 및 전역 등의 가혹 행위가 지속됐다. 이에 관한 보고서가 지난달 발간된 후 사회 전반에서 최고 권력자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총리가 직접 나선 것이다.
BBC 등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19일 의회 연설을 통해 “많은 사람이 이 나라를 위해 용감하게 복무하는 동안 끔찍한 성적 학대, 폭력, 동성애 혐오 등을 견뎌야 했다. 영국 정부를 대표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는 법보다 수십 년 뒤처진 영국군의 끔찍한 실패라고 자성했다.
벤 월리스 국방장관 또한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군이 성소수자 군인에게 용납할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시계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수정하고 조치를 취할 수는 있다”고 했다.
강제 전역 조치를 당한 몇몇 군인은 알코올의존증자가 되거나 노숙인으로 전락했다. 이들 대부분은 강제로 군복을 벗는 바람에 연금 대상자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보고서는 피해자들에게 최대 5000만 파운드(약 818억 원)를 보상하라고 권고했다. 이들의 직위 및 계급 회복, 성소수자 참전용사를 위한 공공기념관 건립 등 총 49개 권고안을 제안했다. 수낵 정권은 대부분의 권고 사항을 이행하기로 했다.
1990년대 해군에서 복무했지만 여성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강제 전역했던 에마 라일리 씨는 BBC에 “군과 정부가 마침내 성소수자 퇴역 군인을 지원할 책임을 질 것이라는 소식을 들으니 안도감이 든다”고 반겼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