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담임 여교사 극단선택 파장 생전 일기장에 “업무 스트레스” 호소 교사들 “악성민원 대처 방법 없다”
올해 23세인 새내기 여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 20일 오후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학교에서는 추모문화제가 열렸고, 일대에는 ‘동료 교사’ 리본 등이 달린 화환 수백 개가 놓였다. 뉴스1
● “학부모 악성 민원 탓”… 학교는 의혹 반박
반면 해당 초교 교장은 입장문을 내고 “해당 학급에서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고, 1학년 담임도 본인이 희망했다”고 주장했다. A 씨가 3선 국회의원을 부모로 둔 학부모에게 시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교장은 “거론되는 정치인의 가족은 해당 학급에 없다”고 밝혔다. 해당자로 지목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학교에 다니는 손자손녀가 없다”고 해명했다.
● 교문에 추모 화환, 국화꽃… 애도 이어져
교사들 항의… 곤혹스러운 교육 차관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지만 조문하러 온 교사들의 진입을 막는 학교 측 조치로 헌화 뒤 되돌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사들은 차관 등 교육당국에 항의했다. 뉴시스
● 교사들, 민원 스트레스로 정신과 찾기도
경찰은 A 씨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정황은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권 침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초6 학생에게 폭행당한 교사의 남편에 따르면, 가해 학생의 학부모는 교사에게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선생님이 차별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지난달 인천의 한 초교에서도 특수학급을 맡은 교사가 여학생에게 머리카락을 뜯기고 의자에서 넘어졌다. 이 교사는 구급차에 실려 갔지만 가해 학생의 학부모는 “학생이 선생님을 싫어해서 한 행동”이라며 교사를 탓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520건 중 학부모에 의한 피해는 46%(241건)로 가장 많았다. 한 초교 교사는 친구들과 자주 싸우는 학생의 학부모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자 학부모는 “아무 잘못도 없는 애를 미워한다”며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 교사 보호 장치 없어… “공교육 붕괴”
교육계에서는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려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교권 침해 가해자가 학생인 경우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퇴학 등으로 처분 종류가 규정돼 있지만 학부모는 관련 내용이 없다. 결국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려도 사과를 권고하는 선에서 그치는 일이 많다.교장이나 교감이 피해 교사 편에 서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에 따라 교권 침해 발생 시 교장은 피해 교사에게 특별휴가나 병가를 허용하고,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해줘야 한다. 하지만 학부모가 ‘학교가 문제를 은폐한다’며 교육청이나 국민신문고에까지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많아 학교장도 쉽사리 교사를 돕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양천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는 “학부모 민원에 의한 스트레스로 병원을 찾는 교사들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자식을 아끼는 마음은 알지만 무조건 교사 탓을 하는 부모들 때문에 학생지도에 몸을 사리게 된다. 결국 공교육이 무너진다”고 지적한다. 한 교사는 “수업 중에 돌아다니는 학생에게 ‘자리에 앉아’란 말 외엔 할 수가 없다. 잘못했다가는 신고당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