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치유력 연구 사례로 소개 숲에서 부교감 신경 활성화돼 이완 바다의 푸른빛 인지능력 향상시켜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미셀 르 방 키앵 지음·김수영 옮김/264쪽·1만6800원·프런트페이지
바다의 풍경과 바람, 파도소리는 대뇌 편도체의 긴장을 늦추고 인체 면역력과 인지 능력을 향상시킨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육체는 슬퍼라, 나는 모든 책을 읽었건만, 떠나자, 멀리 떠나버리자/새들도 낯선 물거품과 하늘 사이에서 취해 있구나….”(스테판 말라르메, ‘바다의 미풍’)
지쳤다, 장마와 무더위 사이에서, 바쁜 업무와 일상 속에서. 지금 바로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고 싶다. 깊은 숲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잠깐, 우리가 자연 속에서 휴식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긴 시간 동안 자연에 친숙했던 인류의 뇌가 인공적인 생활에 적응하기에 산업혁명 이후의 200년이란 기간은 짧다.”
놀랍거나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수많은 연구 결과를 인용해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을 전한다. 신경과학자로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장인 저자는 6년 전 안면마비가 찾아와 교외에서 지내며 자연의 치유력을 실감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봉쇄(록다운) 중 창밖 공원의 나무에서 위안을 얻은 뒤 이 책을 썼다.
연구 결과 숲에서 걸은 집단은 도시에서 걸은 집단에 비해 이완과 휴식을 주는 부교감 신경 활동이 100% 증가했다. 긴장과 스트레스에 간여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농도는 16% 감소했다. 다른 연구에서 숲에서 걸은 사람은 심박수과 혈압도 눈에 띄게 줄었다.
숲은 창의성에도 영향을 준다. 철학자나 사상가뿐 아니라 과학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불확정성 원리’를 정립한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01∼1976)는 바이에른 알프스 숲을 산책하면서 처음 원자의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었다고 말했다.
바다의 치유력도 숲에 뒤지지 않는다. 바다의 푸른빛은 망막 색소인 멜라놉신을 증가시켜 인지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바다의 소리와 물빛은 인간의 뇌에서 위협 경보를 발령하는 편도체를 쉬게 한다.
숲이나 바다로 갈 형편이 안 된다면? 도시에서도 나무 몇 그루 아래서나 공원, 정원에서 충분히 자연과 공명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무실에 식물을 갖다놓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015년 세계 직장인 7600명을 대상으로 직장 환경을 조사했더니 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생산성과 창의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한 말로 책을 닫는다. “자연은 매 순간 당신의 안녕을 돌본다. 다른 목적은 없다. 그러니 자연에 저항하지 말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