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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박상준]이 재난은 누구의 책임인가?

입력 | 2023-07-21 23:45:00

오송 침수 사고, 유가족 고통 헤아리기 어려워
잇단 재난과 책임 공방에도 안전 불감증 여전
“재난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질문할 때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이 재난은 누구의 책임인가?” 중요하고 엄중한 이 질문이 지금 한국에서는 어리석고 위험한 질문이 되었다. 재난이 있을 때마다 책임을 따지기에 급급한 나머지 반드시 물어야 할 더 중요한 질문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재난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월호라는 비극을 겪은 뒤, 이제 한국의 선박들은 훨씬 더 안전하게 운행하고 있는가? 여러 번에 걸친 조사에도 불구하고 침몰 원인에 대한 일치된 결론은 얻지 못했지만, 우리는 그 배가 상당히 위험한 상태로 운항하고 있었다는 것을 안다. 낡은 배를 증축까지 하면서 배 떨림 현상이 심해서 사고 이전에 원래 그 배를 맡고 있던 선장은 (사고 당시 선장이 아니라) 여러 번 사측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 배에는 적재 한도 두 배 이상의 화물이 실렸고 대신 평형수는 기준치의 절반도 차 있지 않았다.

한국의 선박들은 이제 우리가 안심하고 타도 될 만큼 안전한가? 안전검사에 관한 매뉴얼은 잘 정비되어 있으며 매뉴얼대로 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럴 거라고 믿지만 세월호 이후 한국 선박 운항의 안전에 관한 보도는 어디에서도 접하기 어렵다. 그 비극적 침몰이 누구 탓이냐는 공방에 비해 그런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차갑다.

이태원 참사 후에 우리의 거리와 지하철과 버스는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가? 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에는 변화가 있는가? 사람이 과도하게 밀집했을 때, 혹은 과도한 밀집을 막기 위해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해산을 명할 권한이 경찰에게 있는가? 그런 권한은 민주주의에 반하는가? 불법 증축으로 거리의 폭이 좁아지는 일은 더 이상 없는가? 112 신고에 대한 대응을 보다 신속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경찰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시스템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가?

최근에는 집중호우로 귀한 인명을 잃었다. 오송에 있는 지하차도가 침수되었다는 뉴스에 제발 그 안 어딘가에 살아 있기를 빌었건만 들리는 뉴스는 세월호 때처럼 처참한 소식뿐이다. 희생자들과 일면식이 없는 이들도 이렇게 마음이 괴로운데 유가족은 오죽할까? 감히 그 고통을 헤아리기 어렵다. 당연히 “왜 이런 일이?”라고 묻게 된다.

지하차도 근처에 미호강 제방이 있었는데 도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일시적으로 제방을 제거했다. 집중호우가 온다는 소식에 제방을 다시 쌓았지만 임시 제방은 충분히 높지도 튼튼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미호강의 범람을 막을 수 없었다. 앞서 경찰은 궁평지하차도가 위험하다고 듣고 출동했지만 실제로 물이 차고 있던 궁평2지하차도가 아니라 궁평1지하차도로 오인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경찰이 출동 자체를 안 하고 상부에 허위 보고를 했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허위 보고가 사실이라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오인 출동이 사실이라면 마냥 일선 경찰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어느 경우든 이태원 참사 후에도 112 신고 대응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것에 맥이 풀린다.

더 안타까운 일은 정부가 2년 전에 공개한 ‘홍수위험지도’에 미호강의 범람으로 그 일대가 침수될 위험이 이미 기재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 지도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공무원이 이 지도를 업무에 참고하였겠는가? 이번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구명조끼를 입지 못하고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젊은 군인의 희생은, 연이은 국가적 재난과 책임 공방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여전한 것을 보여준다.

이제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총체적으로 돌아보고 반성할 때가 되었다. 위험지도를 더 정비하고 더 활용해야 한다. 재난 구조에 나선 공공인력의 안전 조치에 관한 매뉴얼도 필요하다. 제방을 헐어야 하는 공사는 홍수가 없는 시기에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도 논의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모두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와 정부의 추진력이 필요한 일이다.

책임을 물어야 되는 일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책임 소재에 대한 공방에만 휩쓸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는 노력에는 태만하지 않았는지.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한 뒤에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 이게 아닐까. “이 재난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