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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나친 학생인권조례 재정비”… ‘휴대전화 소지’부터 손볼듯

입력 | 2023-07-22 01:40:00

[무너진 교권]
잠자는 학생 못깨우는 ‘휴식권’
칭찬-격려 막는 ‘차별금지권’ 등
교육현장 붕괴 원인으로 지목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열린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교원 간담회’에 앞서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실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번 서울 서초구 한 초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양천구 한 초교의 교사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교사들의 집단적인 분노는 그동안 학생 인권에 비해 교권이 외면받아 온 현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제정됐다. 현재 서울 경기 광주 전북 충남 제주 등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이지만 그 외 지역에서도 관련 내용이 학칙에 반영돼 학교 생활 전반에 자리잡고 있어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교육부는 보고 있다.



● 교육부, 6개 지역 교육감에게 개정 요청하기로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에 개정을 요청하려는 학생인권조례 조항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사생활의 자유’다. 해당 조항은 교사가 휴대전화를 비롯한 학생의 전자기기 소지 및 사용을 금지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 조항 때문에 교사에게 “휴대전화로 촬영 중이니 해볼 테면 해보라”는 학생이 나오고, 학부모가 자녀 편에 몰래 녹음기를 보내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신고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접수된 민원들은 ‘사생활의 자유’ 조항이 교사들의 손발을 묶는 상황을 보여준다. 한 교사는 “교사를 때리는 학생이 있어도 저항하기 어려운 게 학생을 스치거나 밀치는 모습이 찍히면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교사는 “수업 방해 행위를 지적했더니 녹음기를 꺼내 켜고 ‘엄마한테 다 말할 거야’라고 하더라”고 했다.

‘휴식권’도 개정을 검토할 조항이다. 학생은 건강하고 개성 있는 자아의 형성·발달을 위해 과중한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적절한 휴식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다. 잠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일으켜 세우면 “선생님이 지금 내 휴식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학생은 성별, 성적,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도 거론된다. 이 부총리가 이날 간담회에서 “교사의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의 차별로 인식되어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한 부분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잘하는 학생을 칭찬하고 (수준별로) 차별화된 수업을 해주고 싶어도 차별한다고 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학생 인권 비해 교권 보장 미흡

교실 내에서 학생 인권과 교사 권한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1년 아동청소년 인권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중 ‘학교에서 인권을 존중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95.2%였다. 반면 한국교총의 2022년 설문조사에서는 교사의 95.0%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2021년 설문조사에서도 교사 81.8%가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한 교사는 수업 중 큰 소리로 욕설을 하는 학생에게 그만하라고 했더니 “안 멈추면 어쩔 건데. 어차피 아무것도 못 하쥬. 때리지도 못하쥬. 잡지도 못하쥬”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고 전했다.

교권 보호 장치도 미흡하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에는 교권 침해 행위가 형사 처벌 규정에 해당하는 경우 교원이 요청하면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교육청 역시 지역사회와 학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고발은 2020년 38건, 2021년 1학기 23건에 그쳤다.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의 교권 침해 건수(교육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 경기도교육청도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

교육부는 우선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6개 지역 교육감과 협의해 문제 조항에 대한 개정 검토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조례에 대한 권한은 각 교육감에게 있어 그 방향과 속도가 시도교육청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 다만 학생인권조례를 처음 제정한 경기도교육청의 임태희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전면 개정하겠다”고 이날 밝히면서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임 교육감은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됐던 경기도에서 지난해 처음 당선된 보수 성향 교육감이다.

교사가 아동학대로 무고하게 신고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만 통과돼도 교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게 교육계 의견이다. 국민의힘은 교사들이 아동학대 범죄 가해자로 신고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등에 대한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폭력 학생과 피해 교사를 즉시 분리 조치하고 도를 넘는 교권 침해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는 게 학생 인권을 퇴보시키는 일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학생 인권과 교권은 흑백논리로 대립되는 게 아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