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사진 No. 28
▶ 100년 전 신문에 실린 사진을 통해 오늘의 사진을 생각해보는 [백년사진]입니다. 1923년 7월 20과 22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사진입니다. 두 장 모두 비 내리는 서울의 모습입니다.
가는 비 내리는 날 – 십오일 오전 마포에서 / 1923. 7.20 동아일보
소달구지의 주인들 머리에는 대나무 재질로 된 것으로 보이는 모자가 하나씩 얹혀 있습니다. 큰 비가 아니라면 비를 피하는데 충분한 것 같습니다.
가는 비 내리는 날 – 십오일 오전 마포에서 사진의 왼쪽 부분
네이버로 검색을 해보니 이 물건은 ‘갈모’라고 부르는데, ‘조선시대에 사용한 방수용 모자. 구불구불한 삿갓 모양으로, 뼈대 위에 기름종이를 발라 만들어졌는데, 접으면 부채처럼 되고, 펼치면 고깔모자처럼된다’는 설명입니다.
비 개일 무렵 – 21일 거리에서, 1923. 7.22 동아일보
바퀴가 달린 수레 위에 놓인 매대 위에 참외처럼 보이는 과일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다양한 재질의 우산을 쓴 상인과 시민들이 수레 옆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사진 왼쪽 사람이 들고 있는 우산은 모양으로 봐서는 ‘지우산’ 같습니다.
비 개일 무렵 – 21일 거리에서 사진의 오른쪽 부분.
▶ 두 장의 비 사진에서 빗줄기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두 장면이 모두 비오는 날 촬영된 사진이라고 믿습니다. 신문에 함께 실린 사진설명에서 비오는 날이라고 써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진 속 인물들의 모자와 우산이 독자들에게 비를 상상하게 하기 때문에 그렇게 믿는 것입니다. 물론 요즘의 카메라와 신문 인쇄기술은 가랑비도 독자의 눈에 보이도록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극한 호우’는 사진기자들은 사실 여러 번 경험하는 사건입니다. 치수가 점점 잘 되어 매년 수해지역이 줄어들고 있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시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수해 장면들이 생겨 그걸 보도하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자연의 변덕스러움이 문제인지, 사람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아직 부족한 지 잘 검토해서 내년과 후년에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오늘은 100년 전 서울에 내린 비를 기록한 두 장의 사진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여러분은 저 사진에서 어떤 게 보이시나요? 댓글에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