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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맞으면 나는 행복해지고 당신은 불행해진다?

입력 | 2023-07-23 11:40:00

[돈의 심리] 부자에 대한 자기 편향성 존재




부자를 비판하면서 자신은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GettyImages

많은 사람이 돈이 더 많기를 바란다. 돈을 더 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든, 노력하지 않고 그냥 바라기만 하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일단은 돈이 더 많기를 원한다. 그런데 돈이 많아지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처음에는 착하고 성실했던 사람이 돈이 많아지면 성격이 변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안 좋은 쪽으로 변한다. 거만해지고, 주위 사람을 배려하지 않으며,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인간이 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대중매체는 일반 사람의 의식을 반영한다. 즉 많은 사회 구성원이 돈이 많아지면 인간적으로 더 안 좋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돈이 많아지면 인간성이 나빠진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걸까.


돈으로 불행해지는 건 남의 얘기
돈이 많아지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안서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연구팀이 2012년 한국심리학회지에 발표한 ‘사람들은 돈이 어떤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연구에서는 돈이 많아지면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했다.

돈이 많아지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물질적인 소비 수준이 달라질 것이다. 입고 있는 옷이 달라지고, 타고 다니는 차가 달라진다. 더 좋은 것을 소비하고 더 많이 소비한다. 여가 활동이나 취미 활동도 증가할 테다. 자신이 돈이 많아지든, 다른 사람이 돈이 많아지든 누구나 돈이 많아지면 이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야기하는 가장 기본적인 변화다.

그런데 돈으로 인한 변화는 이런 외적 요소에 한정되지 않는다. 마음의 여유나 생활의 여유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 물론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리라고 생각한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자기 계발이 더 이뤄지는 등 삶의 여유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 돈이 많아지면 대인관계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은 그냥 자신의 물질적 수준만 증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를 더 좋아지게 만드는 윤활제 역할도 한다고 본다. 이런 변화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돈이 많아지면 외적 조건, 대인관계, 삶의 여유 측면에서 상당히 달라지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으로 인한 이런 변화는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것일까 부정적인 것일까. 앞에서 살펴본 돈으로 인한 외적 요소의 변화, 삶의 여유 등은 자기나 타인이나 거의 동일하게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즉 돈이 많아졌을 때 자신의 소비 수준이 달라지듯이 다른 사람들도 돈이 많아지면 소비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만,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동일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면서도 돈으로 인한 이런 변화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측면에서만큼은 자신에 대한 효과와 다른 사람에 대한 효과가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


부자는 나쁘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
돈이 많아지면 사람은 변한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나 자신의 변화는 긍정적이다. 소비생활의 변화, 여유, 인간관계, 나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돈이 많아지면? 다른 사람의 변화도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나 자신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보다는 정도가 많이 떨어진다. 그 대신 다른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즉 자기 자신은 돈이 많아지면 좋은 쪽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 좋은 쪽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돈으로 인한 변화에도 자기 편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자기 편향성은 실제보다 자신을 굉장히 긍정적이고 우수하다고 보는 인식의 오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평균과 비교할 때 내가 운전을 잘하는지 못하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평균과 비교하는 것이니 이런 질문에 대한 응답은 50%가량이 나와야 정상이다. 하지만 실제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운전자 90%는 자기가 평균보다 더 운전을 잘한다고 응답한다. 평균보다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 스스로 운전을 잘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과 소통을 잘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0% 정도가 자기는 의사소통 능력에서 상위 10%에 든다고 답한다. 평생 봉사 활동을 해 성인으로 인정받은 마더 테레사가 천국에 갔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약 80%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 천국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90%가 넘는다. 사람은 보통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자기 편향성을 지닌다. 그런데 돈으로 인한 변화에도 자기 편향성이 존재한다. 즉 돈이 많아지면 자기 자신은 긍정적으로 변화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다.

사람들은 돈이 많아지면 인격이 더 나빠지고 오만해지며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는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 재산 때문에 싸우기 시작하고, 돈 때문에 불행해진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은 그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얼마 못 가서 오히려 파산하고, 가족, 친구들도 뿔뿔이 흩어진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영향은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에게서만 발생한다. 나 자신은 그렇지 않다. 나는 돈이 많아졌다는 이유로 인격, 성격이 변하지 않는다. 돈은 단지 나의 외적 생활만 변화시킬 뿐, 태도나 가치관 같은 내적 요소들이 돈 때문에 변하지는 않는다. 설령 변한다 해도 더 관대하게 바뀌는 등 좋게 변화한다. 돈 때문에 불행해지는 건 다른 사람들 얘기다.

돈에 대한 이런 자기 편향성은 부자들을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자신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이중적인 면을 잘 설명한다. 부자들은 돈 때문에 괴로운 일이 발생하고 왜곡된 가치관과 나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쁜 부자가 됐지만, 나는 좋은 부자가 될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쁜 부자는 비판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부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럼 실제로 돈이 많아지면 생활은 물론, 태도와 행동도 크게 변화할까. 필자가 보기에는 이는 어떤 식으로 돈이 많아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느 날 갑자기 로또에 당첨되는 식으로 돈이 많아졌다면 그 변화를 스스로 느낄 만큼 크게 변화한다. 매달 200만 원 수입으로 살던 사람에게 갑자기 10억 원이 떨어지면 바로 소갈비를 먹고, 자동차를 바꾸고, 이사를 하는 등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렇게 외적 생활이 달라지면서 자신의 태도, 마음가짐도 확 바뀔 가능성이 크다.


진짜 부자와 벼락부자의 차이
그런데 부자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갑자기 되지 않는다. 매달 200만 원을 벌다가 300만 원, 400만 원, 500만 원으로 점점 늘고 월 1000만 원이 된다. 재산도 5000만 원이었다가 점차 1억, 2억, 3억으로 늘어 10억 원이 된다. 이러면 외적 생활의 변화도 점진적이다. 라면만 먹다가 비빔밥을 먹고, 이후 돼지고기를 사 먹게 되다가 쇠고기를 먹고, 그리고 고급 스테이크를 먹는다. 라면만 먹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고급 스테이크를 사 먹으면 그건 강렬한 기억이 되고 변화가 된다. 하지만 쇠고기를 먹고 한우를 먹다가 그다음 고급 스테이크를 사 먹으면 그냥 소소한 경험일 뿐이다. 한 번 해봤다는 기억만 남을 뿐, 스스로 크게 변화했다는 느낌이 없다. 갑자기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도 물론 아니다.

월 200만 원을 벌다가 어느 날 갑자기 1000만 원을 벌거나, 전 재산이 5000만 원이었다가 갑자기 10억 원이 되면 분명 사람은 변한다. 하지만 월 200만 원, 300만 원, 400만 원, 500만 원 식으로 돈이 많아지면 그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 변하기는 하겠지만, 스스로 이렇게 달라졌구나 체감하지는 못한다. 외적 생활수준뿐 아니라 태도나 가치관도 마찬가지다. 10년, 20년을 두고 돌아보면 많이 변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그 변화를 느낄 수 없다. 부자는 대부분 어느 날 로또 당첨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된다. 그래서 돈이 많다고 갑자기 생활수준이나 태도, 가치관이 확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변화도 점진적이다. 그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대다수 부자의 현실일 것이다.


최성락 박사는…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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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99호에 실렸습니다]




최성락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