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의심 국제우편’ 3년 전 美·加·대만 등서 비슷한 사건

입력 | 2023-07-23 17:26:00

명확한 결론 없이 ‘브러싱 스캠’ 의심만



제주에 배달된 유해물질 의심 소포(제주도 제공)


독극물로 의심되는 대만발(發) 해외 소포가 당초 중국에서 발송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3년 전인 2020년 7월에도 흙이나 씨앗 등이 담긴 중국발 국제우편물이 미국 영국 캐나다 대만 등에서 발견돼 큰 혼란이 일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던 시기와 겹치며 생화학 테러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 켄터키, 버지니아, 유타, 워싱턴, 루이지애나, 오하이오, 텍사스 등 최소 9개 주민들에게 중국에서 발송된 정체불명의 소포가 전해졌다. 소포 겉면의 내용물 정보로 보석, 장난감 등이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씨앗 등이 들어있었다. 한 텍사스주 주민은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온 소포를 받았는데 겉면에 ‘목걸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열어보니 해바라기 씨앗처럼 생긴 씨앗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캐나다 식품검사국(CFIA) 역시 당시 성명을 내고 “미국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중국발 소포가 온타리오주 등에서도 발견됐다”면서 “씨앗을 심거나 자체 폐기하지 말고 반드시 신고하라”고 밝혔다. 대만에서도 ‘식물배양토’라고 적힌 중국 상하이(上海)발 소포가 발견됐다.
‘소포 사건’ 발생 이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CFIA, 대만 행정원 동식물방역검역국 등 각국 관계기관이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우편물에 들어있던 흙이나 씨앗 등에서 위험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누가 어떤 목적으로 발송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FTC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브러싱 스캠(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무작위 배송)’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중국 우체국이 확인한 결과 봉투의 정보는 위조된 것이었다. 식물 종자는 만국우편연합의 금지 물품에 속하며 중국우체국은 이를 엄격히 준수한다”고 밝혔을 뿐 별도의 추가 조사는 하지 않았다.

이번에 국내에서 발견된 문제의 국제우편물이 중국에서 발송된 것이라면 중국 당국의 협조가 없이는 실체 규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0년 7월에는 미국 캐나다 대만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중국발 국제우편물이 발견됐지만 이번에는 한국 외에 다른 나라에서 수상한 소포를 받은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