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도 평택시 지산동 송탄우체국에서 유해물질 우편물 의심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 확인을 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2023.7.22/뉴스1
정원찬(鄭文燦) 대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격)은 최근 “대만 수사당국이 한국의 소포 사건과 관련해 전담팀을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며 “해당 소포는 중국 선전에서 ‘경유 우편’으로 대만에 보내졌고,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발송됐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처음 발송됐으며 대만 타이베이는 경유지로만 활용됐다는 취지다. 경찰 역시 소포가 중국에서 온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소포를 개봉한 3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한 후 병원에 이송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유사한 포장의 소포가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소포 포비아(공포증)’가 확산됐다. 다만 경찰 수사 결과 현재까지 독극물이나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 등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주문하지 않았거나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소포가 발견됐다는 신고는 20일부터 23일 오후 5시까지 총 2058건 접수됐다. 경찰은 이 중 소포 645개를 수거해 조사 중이다. 나머지(1413건)는 오인 신고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이 641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506건) 인천·경북(각 98건) 순이었다. 현재까지 경찰 등이 수거한 소포에선 정밀 검사 결과 독극물 등 위험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 경찰 “브러싱 스캠 가능성 커”
23일 동아일보가 서울 송파구와 울산 동구, 경기 용인시 등에서 발견된 소포들을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역추적한 결과 최소 3개월 전부터 중국에서 대만을 경유해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송파우체국에서 발견돼 소방 당국에 수거된 소포는 4월 18일 대만을 경유해 3일 만에 국내에 도착했다. 하지만 수취인이 명확하지 않아 우체국에서 보관하다 이번에 논란이 되면서 경찰에 신고됐다. 국내 첫 신고 사례인 울산 동구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발견된 소포의 경우 이달 6일 국내로 배송됐다.
20일 울산에서 소포를 개봉한 후 어지럼증을 호소한 3명은 이후 병원 검진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23일 충남 천안시에서도 발견된 소포에서 가스가 검출됐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경찰과 군 폭발물 처리반 등이 출동해 확인한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찰은 만일의 경우를 감안해 범정부 차원의 대테러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또 국민들에게도 “수상한 우편물을 받았을 경우 열어보지 말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해외배송 우편물 관련 관계부처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한편 최초 발송지로 확인된 중국 측은 우리 정부에 “중국 당국은 개입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주소 어떻게 알고” 커지는 불안감
복지시설 뿐 아니라 가정집에도 정체 불명의 소포가 배송되면서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주소 등 개인정보가 중국 특정 세력에게 대량으로 유출된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소포에 입력된 배송 정보와 실제로 받은 사람의 정보가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무작위로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확인한 송장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017, 018로 시작되는 번호를 포함해 존재하지 않는 전화번호가 다수 적혀있었다.
관세청은 21일부터 우정사업본부 및 특송업체 등과 협조해 미확인 국제우편물과 해외 발송지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우편물에 대해 통관을 보류하는 등 긴급 통관강화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
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세종=김형민기자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