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책이여, 안녕!’ 중
이미상 소설가
자신이 오늘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 깬 아침에, 핵전쟁의 가능성이 남은 세계가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계속되리라는 암울함 때문에 엉엉 우는 주인공을 보며 오에 겐자부로를 비롯해 내가 존경하는 사회운동가들을 떠올렸다. 그들도, 어쩌면 그들이 더욱, 자신들이 바라는 사회적 변화가 쉽게 실현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아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허둥지둥 집 밖으로 나가 신문을 집어 들고 들어와 손톱으로 신문 갱지에 금을 그어가며 희망의 징후를 찾는다.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그들은 엉엉 울면서 잠에서 깬다.
나는 이러한 프로세스가 너무도 신기하다. 어떻게 (정확한 분석에 기초한) 비관이 체념이라는 루트가 아니라, “좋아, 한번 해보자!” 하는 실천의 루트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러나 그 ‘어리석은’ 꿈에 나 같은 이도 이끌린다. 오에 겐자부로의 혼은 고향의 나무 밑동으로 돌아갔지만 그가 남긴 글과 그 글에서 파생되어 우리의 뇌에 강한 스크래치를 남긴 이미지들, 예컨대 핵 폐기의 낌새를 찾으며 엉엉 우는 노인의 간절함 같은 것은 영원히 남아 있다.
이미상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