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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년전부터 SMR 규제 정비-보조금 투입… 친환경 스타트업 봇물

입력 | 2023-07-24 03:00:00

[美 주도 에너지 패권 경쟁]
에너지전환시대 맞아 투자 몰려
“미래 20년은 탄소중립이 화두”




미국 원자력 규제당국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2012년 ‘소형모듈원전(SMR)의 물리적 보안 문제’라는 제목의 백서를 냈다. 이 백서에는 SMR의 규격과 라이선스 등에 대한 미국 내 과학자들의 의견, 토론, NRC의 결론 등이 담겨 있다. 2000년대 말부터 이미 차세대 원자력발전으로 꼽혀온 SMR의 정의나 라이선스를 논의한 것이다. 미 에너지부는 이를 바탕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테라파워나 뉴스케일 같은 SMR 유망 기업을 선정해 수조 원의 보조금을 쏟아부었다.

10년 이상 논의 끝에 NRC는 올해 1월 처음 SMR 규제 최종안을 발표하고, 뉴스케일 SMR 설계를 승인했다. 한국이 올해야 SMR 민관 얼라이언스를 꾸려 기술 논의를 시작한 반면에 미국은 발 빠른 규제 정비와 이를 바탕으로 한 보조금 투입으로 상업화 단계인 현재 선두주자가 됐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주 벨뷰에 있는 SMR 설계 기업 테라파워의 연구소에서 만난 크리스 르베크 최고경영자(CEO)는 “창업 후 15년 동안 첫 번째 ‘죽음의 계곡’이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 죽음의 계곡은 실제 SMR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재정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 부문 투자 덕에 우리는 이 계곡을 잘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테라파워는 2021년 미 에너지부의 와이오밍주 SMR 실증 사업에 선정돼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를 받았다. 안전성 문제로 규제가 까다로워 언제 매출이 일어날지 모르는 원전 ‘스타트업’이 정부 실증 사업을 꿰차자 SK를 비롯해 민간 투자가 몰려 추가 자금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원전 관계자는 “원전은 안전성과 직결돼 있어 규제당국의 안전성 기준 마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찍 기준 마련에 나선 미국에서 2000년대 후반에 이미 SMR 기술 개발 기업이 생겨난 이유”라며 “미래 기술에 대해 일찍부터 일관성 있게 규제를 정비해 글로벌 기술로 표준화해 온 미국의 에너지 패권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원전뿐 아니라 수소 에너지, 차세대 배터리 등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미국 내 스타트업이 쏟아지고 있다. 2050년 탄소 중립 시대를 열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앞서 규제를 만들면 해당 규제에 맞추기 위해 기존 탄소 배출 기업들은 이들 스타트업의 기술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데다 민관 투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클린 에너지 분야 투자가 1조7000억 달러(약 2192조 원)로 화석연료 에너지 투자를 능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친환경 규제 장벽을 높이고 있는 EU는 선박이나 항공기 탄소 감축안을 독자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규제 환경의 변화 속에 암모니아 기반 수소전지 스타트업으로 2020년 미 뉴욕에서 창업한 아모지는 올해 상반기에만 1억5000만 달러(약 1934억 원)를 투자받았다. 선박에 적용할 수 있는 암모니아 기반 수소전지 실증이 최종 목표다. 우성훈 아모지 대표는 “지난 20년간 산업계 화두가 디지털이었다면 향후 20년은 탄소 중립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해서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뷰(워싱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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