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서울 관악구 구암고등학교에서 열린 ‘교육과정 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선배들에게 선택과목 탐색 상담을 받고 있다. 2023.7.24 ⓒ 뉴스1
여름방학을 앞두고 2학기에 수강 신청할 과목을 고민하던 이원재군(16)은 대학생이 아닌 고등학생이다. 이군은 ‘체육교육과’라는 목표와 함께 ‘체육’, ‘운동과 건강’, ‘생활과 윤리’ 등 앞으로 수강할 과목들을 나무 판자에 적었다.
지난 19일 오전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지정된 서울 관악구 구암고의 한 1학년 교실은 희망하는 학과와 수강할 선택과목을 공유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했다. 이날 학생들은 개인의 적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교과목선택검사’ 결과지를 참고해 진로와 관련 대학 학과, 수강할 과목을 선택해 기입하는 체험활동에 참여했다.
1년 만에 다시 진로 고민을 마주한 2학년 교실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2학년 학생들은 고등학교 진학 후 1년 6개월간의 학습 경험을 토대로 희망 진로와 학습 계획을 더 구체적으로 고민했다. 이들은 희망 학과·해당 학과 개설 학교·관련 선택과목 정보 등을 공교육 디지털 플랫폼 ‘오늘도’의 ‘고교학점제 바이블’을 통해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서울 구암고 2학년 추연지(17) 양은 지난 19일 ‘문헌정보학과’ 진로와 연관 학습 계획을 나무 판자에 적었다. ⓒ 뉴스1
추양은 “문예창작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들이 많지 않은데 이곳(플랫폼)에서 정보를 찾아보면서 직접 계획을 짜다보니 목표가 더 와닿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5년 전면 도입될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지정된 구암고는 학생들의 진로 설정과 선택과목 설계를 돕기 위해 이날 ‘교육과정의 날’ 행사를 열었다.
지난 19일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인 서울 관악구 구암고등학교에서 열린 ‘교육과정 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선배들에게 선택과목 탐색 상담을 받고 있다. 2023.7.24 ⓒ 뉴스1
1·2학년 학생들은 오전 중 진로와 선택과목을 살펴본 뒤 오후 ‘교육과정 박람회’에서 각 과목을 먼저 공부해본 2·3학년 선배에게 설명을 듣고 공부 방법을 상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과정 박람회가 열린 낮 12시 구암고 체육관에는 물리·생물·지리·사회문화·생활과윤리 등 선택과목별 부스가 차려졌다. 1년 먼저 공부해본 선배들의 생생한 조언을 얻으려는 후배 학생들, 자신의 공부 노하우를 알려주려는 선배 학생들의 열기가 체육관에 가득했다.
‘세계지리’ 부스 테이블 위엔 2학년 학생들의 실제 수업 필기 내용이 빼곡히 적힌 교과서들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을 방문한 1학년 학생들은 교과서를 뒤적이며 학습량을 짐작했다.
부스를 운영하던 최민제군(17)은 “세계지리는 공부하기 어렵지 않아 조금만 노력하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얘기를 주로 했다”며 “여러 과목들을 들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진심을 담아 얘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구암고 ‘교육과정 박람회’ 세계지리 과목 부스 테이블 위에 실제 수업 필기 내용이 적힌 교과서가 놓여 있다. ⓒ 뉴스1
후배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물리학 과목 부스에서 상담을 받은 정예서양(16)은 “선배들은 선택과목에 관해 아예 모르는 사람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걱정되는 점을 편하게 이야기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어 선택과목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고교학점제가 본격 도입되면 학생들은 원하는 과목을 찾아 수업을 듣고 일정 기준을 통과해 192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게 된다. 1학년 때는 공통국어·공통수학·공통영어·통합사회·통합과학·한국사·과학탐구실험 등 공통과목 48학점을 듣고 2학년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일반·진로·융합선택과목 등을 골라서 수강한다.
김대인 구암고 교장은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며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고 수강할 과목을 결정하니 더욱 적극적인 태도로 임한다”며 “학교와 교사들은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자 연구와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