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사망으로 발생한 생명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수익자로 지정된 자녀의 고유재산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재차 판단했다.
또 피보험자가 보험료를 한 번에 낸 뒤 매월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받되 사망시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도 생명보험에 해당하므로 사망보험금은 고유재산이라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A씨의 채권자 B씨가 A씨 자녀들을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보험료 1억원을 즉시 납부하는 만기 10년짜리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했다. 매월 생존연금을 받다가 10년을 채우면 만기보험금을 받고 그 전에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을 받는 내용이다.
그런데 A씨는 만기 도래 전인 2015년 사망했고 보험수익자(상속인)인 A씨 자녀들은 2016년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에서 A씨의 기존 보험대출 원리금을 공제한 약 3800만원을 수령했다.
이후 자녀들은 2017년 A씨에 대한 상속 한정승인 신고를 했고 신고는 수리됐다. ‘한정승인’은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 망인의 채무를 상속받는 것을, ‘단순승인’은 망인의 재산과 빚 일체를 그대로 상속받는 것을 뜻한다. 신고 당시 자녀들은 재산목록에 사망보험금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후 사망보험금 존재를 알게 된 B씨는 A씨 자녀들을 상대로 “A씨가 갚아야 했던 3000만원을 변제하라”며 소송을 냈다. 반면 A씨 자녀들은 한정승인을 했으므로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약정금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2심 재판부는 “사망보험금은 일시 납입 보험료와 마찬가지 성격”이라며 “사망은 상속의 계기에 불과하며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보면 정의와 형평에 반하므로 상속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1심처럼 보험금은 상속재산이 아닌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이라는 취지로 다시 판단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생명보험 계약자가 보험수익자로 상속인을 지정한 뒤 사망하면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이 된다. 상속인들이 보험금 지급을 청구할 권리는 보험계약의 효력으로 당연히 생기는 것이라는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A씨가 계약한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 계약은 피보험자의 사망과 생존을 보험사고로 하고 있어 생명보험에 해당한다”며 “보험료를 일시에 납입해야 한다거나 사망보험금이 일시 납입한 보험료와 유사한 금액으로 산출되도록 설계됐더라도 생명보험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