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3세인 새내기 여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 20일 오후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학교에서는 추모문화제가 열렸고, 일대에는 ‘동료 교사’ 리본 등이 달린 화환 수백 개가 놓였다. 뉴스1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교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학부모의 항의 때문에 1년간 담임이 5차례 이상 바뀌는 등 교권이 무너지는 상황이라는 현직 교사의 증언이 나왔다.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는 16년째 교직 생활 중이라는 경기 오산 금암초등학교 이상우 교사가 나와 10여 년 사이 달라진 교육 현장의 모습을 고발했다.
이 교사는 “전에는 어떤 선생님이 (교권침해를) 당했다고 하면 ‘혹시 선생님이 좀 실수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거구나’ ‘내가 그동안 운이 좋았던 거구나’ ‘아무 잘못을 안 해도 심각한 교권침해를 당하고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겠구나’ 이런 두려움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전국의 교사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를 열고 진상 규명과 교권확립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면서 악성 민원의 예로 “학생이 생활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까 1년에 담임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 그 뒤에도 더 바뀌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저학년 학생인데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고 소리치면서 친구들을 위협해 수업이 진행이 잘 안되는 상황이었다. 선생님이 제지했는데도 안 되는 거다.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부모님은 ‘우리 애가 어려서 그렇다, 함부로 낙인찍지 말라’고 하고 상담 권유에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다 보니 결국 담임선생님도 힘들다 보니까 병 휴직에 들어가셨다. 이후 기간제 선생님이 들어왔는데 기간제 선생님들도 감당이 안 되는 거다. 또 그만두니까 결국 또 다른 교과 전담을 맡은 선생님이 (담임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학생 지도 어려움에 대해 “초등학교도 그렇지만 중학교에선 선생님을 조롱한다든지 수업 방해 행동을 심하게 한다”며 “(학생이 수업 시간 중) 누워 휴대전화를 보는 그런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문제 행동이 심한 학생들에 대해 나이 든 선생님은 ‘명퇴 도우미’라고 부른다”며 “요즘 정년퇴직을 기대하는 선생님은 별로 없다. 언젠가 나도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고 언제든지 교직을 그만둘 수 있다는 위기 속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 처벌법, 예방법의 전반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