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실적 때문에”…부동산PF 성과급 ‘현금 일시불’로 준 증권사

입력 | 2023-07-24 13:32:00

금융감독원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이 급증하면서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까지 초래했지만, 정작 증권사들은 부동산PF 담당 직원의 성과급을 ‘현금 일시불’로 지급하는 사례가 대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단기 현금 성과급을 주게 되면 높은 성과급을 받기 위해 부실사업을 과도하게 추진할 위험이 높고 중장기적으로 해당 증권사 역시 부실에 빠질 위험이 높지만 증권사들은 ‘실적’을 이유로 이를 눈감아 줬던 것으로 파악된다.

24일 금융감독원이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있고 지배구조법 적용을 받는 22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성과보수 지급현황과 법규준수 여부 등을 점검한 결과 80%에 달하는 증권사가 성과보수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 지급 기한 역시 ‘일시불’이거나 단기간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PF와 같이 성과가 중장기에 걸쳐 나타나는 사업의 경우 책임소재를 위해서라도 성과급을 3년 이상 장기간 나눠서 주고 현금이 아닌 주식 등으로 지급하는 ‘이연성과급제’를 이행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현행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회사는 성과보수가 장기 성과와 연계될 수 있도록 주식 등으로 지급하고,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지급해야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증권사가 성과보수 전액을 현금으로만 지급하는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79.7%에 달했다. 주식으로 지급한 금액은 3.3%에 그쳤다.

이연지급 기간도 최장 9년으로 정한 회사가 있는 반면, 법상 기간인 3년보다 짧게 설정하는 위규 사례가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홍콩 부동산 리스크 등도 사업 실행 후 3~5년 뒤 나타나는 등 부동산 분야는 사업 성과가 장기에 걸쳐 확인되기 때문에 성과급 역시 이에 맞춰 지급되어야 한다”면서 “만약 초기 사업 실적만 보고 단기에 성과급을 몰아서 지급할 경우 담당자는 성과에 치중해 무리한 사업을 벌일 가능성이 높고, 회사 역시 단기 경영실적에 눈이 어두워 이를 암묵적으로 방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단기 성과급 지급은 자제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부동산PF 담당자들이 무리한 사업을 추진해 부실 사업을 벌여놓고 막대한 성과급을 챙긴 후,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뒷처리는 남은 사람이 떠안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과보수를 산정할 때도 개별 사업의 투자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는 성과보수를 산정할 때 부동산PF 거래별 리스크 속성 및 그 수준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즉 각 사업별로 구조(만기, 신용등급 등), 영업형태(주선, 매입약정, 매입확약 등) 등 개별 특성을 감안해 이익에 상응하는 비용을 합리적으로 성과보수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일부 증권사는 성과보수 산정시 사업별로 투자위험의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례가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PF 관련 순자본비율(NCR) 산정에 적용하는 위험비율을 일괄 적용해 성과보수액을 책정, 사업 위험도를 반영하지 않은 증권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일부 직원을 이연지급 대상자에서 임의로 제외하는 등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상황은 조금씩 개선되는 중이다. 이번 금감원 조사 결과 지난해 22개 증권사가 부동산PF 성과에 대하여 지급한 성과보수 총액은 전년대비 1933억원 감소했다.

특히 ‘조정금액’이 종전 64억원에서 327억원으로 263억원 늘었다. 조정금액이란 회사가 이연해 지급하기로 결정한 성과보수 중 담당업무 관련 손실 발생 등이 발생해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성과보수를 뜻한다.

지난해 하반기 유동성 지원을 받은 증권사의 경우에도 성과보수는 978억원에서 770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조정액은 3억원에서 236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미흡사항이 확인된 증권사에 대해 법령의 취지에 맞게 성과보수 체계가 확립·운영될 수 있도록 조속히 지도하고 금융투자협회 등을 통해 성과보수와 관련한 올바른 시장관행 확립 등 자율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금융위원회와 지배구조법령상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