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의원들 적극 해명…지도부, 신중론 속 파장 우려 당내에선 "거래 자체 문제 안 돼…'김남국 물타기'" 주장도
‘가상자산(코인)을 보유한 적 있다’고 신고한 국회의원 11명 중 5명이 국민의힘 소속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당이 이해 충돌 소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코인 논란으로 징계 최고 수위인 ‘의원직 제명’을 권고받은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도 ‘제2의 김남국’이 나올까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당내에선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 입법 취지에 맞춰 성실하게 신고한 의원까지 부조리한 정치인으로 몰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이해 충돌 기준을 문제 삼으며 “김남국 코인 물타기가 돼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는 오는 26일까지 의원들에게 코인 거래 내역 공개 동의를 받은 후 27일 관련 자료 등을 공개하겠단 방침이다. 이에 일각에선 김남국 의원에 이어 윤리특위 징계 대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는 코인 거래내역을 신고한 의원 11명 중 절반 가량이 거래 과정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윤리심사자문위에 ’지난 3년 동안 가상자산을 거래하거나 보유한 적 있다‘고 자진 신고한 의원은 국민의힘 5명, 더불어민주당 3명, 무소속 3명이다. 국민의힘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김정재·유경준·이양수 의원, 민주당은 김상희·김홍걸·전용기 의원이 명단에 올랐다. 각 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황보승희 의원 등도 포함됐다.
유재풍 윤리심사자문위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횟수가 많다거나 액수가 많다거나 이런 분들이 이해 충돌 우려가 있지 않나”라며 “국회법 기준이 아직 없어서 저번 심의위에서 기준을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문위는 코인 거래 금액 1000만 원 이상 또는 거래 횟수 100회 이상을 이해 충돌 소지 기준으로 삼았다.
권 장관은 통화에서 “실제 청년들 입장에서 투자를 해보고 손해도 보고 이익도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거래를 좀 해봤다”며 “손해를 상당히 봤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내부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거나 조작에 관여하거나 하면 모르겠는데 손해를 보는 부분이 있어서 좀 위험하다는 판단을 했고 그 뒤에 휴면 비슷하게 놔뒀다가 김남국 의원 건을 갖고 문제가 되고, 저야 그런 건 아니지만 아예 빼는 게 낫겠다 싶어서 지금은 하나도 안 갖고 있다”며 “신고하라고 해서 신고했고 규모는 3~400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구매 누적 액수가 10억 원이 넘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거래액을 다 곱해서 10억 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건 의미가 없다”며 “예를 들어 1억 짜리 집을 10번 사고 팔아서 10억 거래했다는 건데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반박했다.
권 장관은 “투기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보는 게 실체들이 거의 없지 않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외에는 대개 단타를 하는 게 일반적으로 서너 시간만 해도 100회 가까이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양수 의원을 비롯한 김정재 의원, 황보승희 의원 측도 “이해 충돌 논란을 제기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들을 내놨다. 비트코인 가격 등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임위원회 소속이 아닌 점, 김남국 의원과 달리 손해를 보고 처분했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유경준 의원과 황보 의원 측은 법안 발의를 위한 공부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 여당 의원들 “거래 자체 문제 안 돼…’김남국 물타기‘ 우려”
당내에서도 윤리자문위가 거래 총액이나 거래 횟수 등을 이해충돌 소지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인 구매 후 시세 폭등 여부와 미공개 정보 이용의 단초를 우선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거래 내역을 정확히 보고 경중을 따져 판단해야겠지만 우선적으로 김 의원에 대한 물타기가 돼선 안 된다”며 “김 의원은 상임위 도중 말도 안 되는 수많은 거래액으로 차원이 다를 뿐더러 자기가 투자한 잡코인마다 시세가 폭등했지 않나. (김 의원을 제외한) 우리 당이든 상대 당이든 아직 그런 게 나온 건 없으니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인 투자 상황에서 업계에 이익을 주려고 한 김 의원의 행위와는 결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한 여당 의원도 “현재로선 김 의원 수준에 비하면 너무 미미한 수준이라서 다른 데로 화살을 돌릴 여지가 별로 없다. 김 의원 문제에 집중하면 될 것 같다”며 “코인 시세 조종 흔적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자금 세탁 정도 수준까지 갈 수준이 전혀 아닌 것 같아서 큰 문제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리심사자문위가 섣부른 판단으로 정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법에서 정한 그런 룰이 없는 상태에서 거래 자체로 문제를 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윤리특위가 의원들한테 거래 내역과 명단을 받아 ’이 사람 얼마 이상이네, 100번 넘게 했네‘ 이것만 갖고 내용은 본질적으로 안 보고 한다는 건 본인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너무 방기한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 사안을 정쟁으로 끌고 가기는 그렇지만 ’수적으로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이해 충돌 소지 의원이) 많기 때문에 김 의원에 대한 할 말, 입지가 좀 줄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며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물타기 된다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원도 “논의의 초점은 (김 의원이) 입법 활동을 위한 상임위나 청문회, 본회의 시간에 사익을 위해 엉뚱한 짓을 하고 있던 자체”라며 “특정한 자산을 갖고 있다는 것만 갖고 왈가왈부하는 건 논의의 초점을 많이 흔드는 것 같다. 자문위가 이 사태를 너무 좁게 해석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처럼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거나 발행 정보를 미리 입수한 흔적 정도가 없다면 의원들이 통상적인 의사 결정이나 정책 결정을 통해 코인 시세 조정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의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코인 보유 여부로 선악의 기준을 삼을 수 없다”며 “국회의원으로서 직무 이해 충돌 소지가 있느냐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도부 차원에선 이해 충돌 여부와 별개로 11명 중 여당 의원 절반 가량이 코인 논란에 엮이면서 향후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지도부 인사는 “국민 정서가 코인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할 시간에 다른 데 집중했다는 것 때문에 공분을 사는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우려가 없지 않다. 어떻게 진행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