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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서 ‘백선엽 친일’ 문구 삭제…보훈부 “법적 근거 없어”

입력 | 2023-07-24 15:13:00

6·25전쟁 정전 70주년과 백선엽 장군 3주기를 맞아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1920~2020) 동상 제막식을 통해 공개된 백선엽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다. 2023.7.5. 뉴스1


국가보훈부가 한국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 장군(1920∼2020)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보훈부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충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백 장군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가 법적 근거 없이 기재된 것을 확인하고, 법적 검토를 거쳐 해당 내용을 삭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전현충원 홈페이지 내 안장자 검색 및 온라인 참배란에서 ‘백선엽’을 검색하면 비고란에서 ‘무공훈장(태극) 수여자’라는 사실과 함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란 문구를 볼 수 있었다.

이에 백 장군 유족은 지난 2월 해당 문구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에 어긋날뿐만 아니라 사자 및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문구 삭제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보훈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보훈부는 “백 장군은 장성급 장교로서 국립묘지법에 따라 적법하게 국립현충원에 안장됐음에도,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이 공적과 관계 없는 문구를 기재하는 것은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장자 검색 및 온라인 참배란은 사이버참배 서비스를 제공해 안장자 명예를 선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이와 반대로 오히려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다른 안장자는 범죄 경력 등 안장 자격과 관련 없는 정보를 기재하지 않은 점, 유족의 명예훼손 여지가 있음에도 유족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점, 법적 검토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내용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보훈부는 밝혔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출범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는 2009년 백 장군을 경력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시켰다. 백 장군이 일제 강점기 만주군관학교 출신으로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객관적 자료는 없다”면서 “앞으로도 법적 근거 없이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맞지 않는 사항을 임의로 기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