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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마켓뷰]K배터리는 흔들리며 피는 꽃

입력 | 2023-07-25 03:00:00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


최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기세가 매섭다. 앞선 기술력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은 가운데 주력 상품인 리튬인산철(LFP)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1위이자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은 배터리 셀을 직접 패키징하는 CTP(Cell To Pack) 공정을 적용한 ‘기린 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했다. CTP 공정은 ‘셀→모듈→팩’ 공정을 ‘셀→팩’으로 단순화해 부품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CATL은 기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가 1회 충전 시 최대 100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전히 높은 배터리 가격 문제 해결과 주행성능 검증이 필요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경계심을 가질 만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CTP 공정을 적용한 배터리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CATL보다는 늦은 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셀투팩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을 2025년으로 언급했다.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LFP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나가는 것도 국내 기업들에 좋은 뉴스는 아니다. LFP 배터리는 국내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비해 부피가 크고 주행거리가 짧지만 가격이 싸고 화재 위험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저가형 전기자동차(EV) 모델에서는 LFP 배터리가 NCM 배터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는다.

중국 기업들이 기세를 높여가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도 북미 시장을 바탕으로 탄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 심화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인해 중국 기업들의 북미 시장 진출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북미 완성차 진영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시장에서 저가형 EV 모델의 LFP 배터리 수요를 맞추기 위해 LFP 배터리 개발 및 양산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의 LFP 배터리 점유율 상승을 북미 시장에서 막겠다는 취지다.

CATL이 올해 2월 미국 완성차 업체인 포드와 기술 제휴 형태로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는 등 IRA를 우회하는 수단을 찾아 북미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려고 하지만 이 역시 기우로 판단된다. 애초에 국내 기업들은 광활한 북미 EV 배터리 시장 전체를 100% 독점하지 못한다. 국내 기업들이 채우지 못한 부분을 중국 기업들이 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국내 기업들에 우호적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현대자동차·기아, 도요타, 혼다 등 6개 완성차 고객군만 안정적으로 유지해도 북미 EV 배터리 전체 시장의 60∼70%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치고 나오는 중국 기업들이 일부 위협이 될 수는 있겠지만, 국내 배터리는 여전히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견고한 성장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